G는 파랑 - 김지희 지음
2023년 11월 02일(목) 18:45
마음 어루만지는 편지와 함께 배달된 클래식·재즈 100선
얼마 전까지 매주 화요일이면 ‘음악편지’를 받았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 우연히 알게된 메일링 서비스 ‘어쿠스틱 위클리(Acoustic Weekly)’다. 피아니스트 김지희가 선정한 클래식과 재즈 음악은 잔잔한 이야기와 어우러져 마음을 어루만졌다. 그의 편지를 받고 ‘발견’하게 된 음악도, 새삼스레 다시 들어본 음악도 있었고, 누군가를 떠올려도 봤다. 그의 편지에 위로를 받은 이들은 만 여명에 달했다.

마지막 편지의 아쉬움을 달래듯, 지금까지 그가 배달해준 음악과 글을 묶은 단행본 ‘G는 파랑-피아니스트가 음악을 기억하는 방법’이 나왔다. 지금 이 글은 라벨의 ‘보로딘 풍으로’를 들으며 쓴다. 저자가 음악편지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 음악이다. 어느 겨울 날 카페에서 우연히 이 음악을 들은 그는, “라벤더색 커튼” 같았던 음악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었고, 일기보다 더 솔직하게 쓴 글을 함께 담아 편지를 띄우기 시작했다.

‘몸으로 기억하기’, ‘마음으로 발견하기’, ‘음악으로 살아가기’ 3부로 엮은 책에는 모두 100여곡의 클래식과 재즈 음악이 실렸다. 어렸을 때 “이야기가 많은 삶을 살기”를 꿈꾸었던 그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놓고, ‘감상’을 ‘감각하는 상상’이라 말하며 음악을 청각 뿐 아니라 시각, 촉각, 후각 등 모든 감각을 동원해 상상해 보라고 권한다.

책에서는 졸업앨범 뒷장에 “잘하는 일을 하는 것만큼 좋은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글을 적어준 고등학교 은사를 떠올리며 선정한 그리그의 ‘첼로소나타 A단조’, 소설가 백수린의 ‘여름의 빌라’를 읽으며 들으면 좋을 것 같다며 전해준 포레의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1번’을 만날 수 있다.

또 편안한 속도로 조금은 여유롭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추천한 생상스의 ‘피아노 오중주 A단조 2악장’, 달리기와 등산 음악으로 권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박쥐 서곡’과 비발디의 ‘세상에 진실된 평화 없어라’, 세상의 모든 악보가 불에 타고 한 곡만 고를 수 있다면 주저 없이 선택한다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0번’ 등도 실렸다.

특이하게도 이 책에서는 클래식과 함께 재즈도 소개하는데, 저자는 빌 에반스의 ‘더 피콕스(The Peacocks)’를 들려주고 싶어 두 장르를 함께 다루기로 결정했다. 피아노 음악을 즐겨듣는다는 택시 운전사가 추천해준 리처드 클레이더만과 라울 디 블라지오의 ‘아이의 마음’을 차 안에서 함께 듣고, 그를 자신의 공연에 초청한 이야기에 마음이 따뜻해지며 “깔끔한 글, 깨끗한 방처럼 맑은” 콘티티의 ‘28’을 들으면 정화된 느낌이 든다.

편지를 받을 때도 느꼈지만, 이번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어쿠스틱 위클리’를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윌북·1만78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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