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식물 - 아피스토(신주현) 지음
2023년 10월 28일(토) 09:00
“정글이나 다름없는 사무실에 처음 오는 사람은 식물 앞에서 멈칫하거나 감탄합니다. 어느 쪽이든 이내 긴장은 풀어집니다. 식물이 주는 힘이라고 믿습니다. 식물에게는 우리를 무장해제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식물이 놓이면 그 자리에 언제나 이야기가 생깁니다. 책은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식물 유튜버 아피스토(신주현)가 쓴 ‘처음 식물’은 어쩌다 사무실 절반을 식물로 채워버린 저자가 식물을 키우면서 겪은 경험과 식물을 통해 만난 사람들의 친밀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수초와 물고기, 정글플랜트와 열대관엽식물을 사랑하는 아피스토는 책의 삽화를 그린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출판편집자이기도 하다.

책을 읽다 보면 그가 식물을 얼마나 애정하는지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식물을 처음 들이는 날 의식처럼 사진을 찍었다가 식물이 아플 때 들여다보면서 초심을 잡는다던가, 죽어나간 수많은 식물의 이름표를 모으다가 어느 날 죄책감이 들어 식물이름표 위령비를 만들어 위로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저자의 이야기 속에는 언제나 식물과 사람이 있다. 식물을 키우는 일이란 결국 사람과 소통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7년간 제주 일대를 헤맨 끝에 집마당에 100년 된 팽나무를 키우게 된 남자, 재개발예정단지에서 유기식물을 구조하는 작가 등 지난 1년 동안 만난 10명의 식물집사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사무실 절반을 가득 채운 식물들의 사진을 볼 수 없어 아쉽지만 책 중간중간에 아피스토의 사랑스러운 캐릭터 ‘구근이’가 등장해 식물집사의 마음을 대변해준다.

<미디어샘·1만7800원>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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