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정치 - 임동욱 선임기자 겸 이사
2023년 09월 11일(월) 23:00
여름은 전통적으로 극장가 최고 대목으로 꼽힌다. 무더위가 절정을 이루고 방학과 휴가 등이 겹쳐 관객들의 발길이 몰리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 영화사들도 여름 시즌에 자본과 스타들을 대거 투입한 대작을 내놓는다. 올해는 코로나 19 대유행 이후 마스크를 쓰지 않고 맞는 첫 여름이어서 기대가 컸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제작비 200억 원 내외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국내 대작들은 대부분 손익분기점에도 못 미쳤다. 실제 국내 영화의 7~8월 관객은 1271만 명으로 오히려 지난해 1849만 명에 비해 30%나 줄었다.

이 같은 결과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산과 급등한 관람료 등이 배경으로 꼽히고 있지만 근본적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 지난해 수준의 관객을 동원, 나름 선전한 외국 영화들의 실적은 이를 반증한다. 결국 국내 제작사들이 시장의 환경을 맞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볍고 빠르게 변하는 시대를 관통하는 깊은 울림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대적 흐름에 한 발 앞서는 창조적 시선과 컨텐츠 개발이 생존의 바로미터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영화계의 분투가 요구된다.

영화계의 대목이 여름이라면 정치권에선 총선이다. 총선 승리가 집권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총선에 대한 전망은 암울하다. 윤석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여권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야권이 내전과도 같은 증오의 정쟁을 이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또 비전을 놓고 경쟁하기보다 서로의 약점에만 기대는 모습이다. 여권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야권은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총선 승리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 정쟁은 이처럼 스스로의 성찰과 혁신을 저해, 미래 역량을 약화시킨다.

영화계에서의 흥행은 정치권에선 투표율로 볼 수 있다. 민심 기저에 깔려있는 정치적 피로도를 감안하면 내년 총선 투표율은 역대 최저가 예상된다. 어느 진영이 승리하더라도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기 어려워 상당한 후폭풍마저 우려된다. 그래도 희망이 미래로 가는 길이 되듯이 내년 4월, 정쟁의 포연 속에서도 국민적 집단 지성이 꽃 피는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결과를 기대해 본다.

/tu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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