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개미의 습격 - 윤영기 사회체육담당 부국장
2023년 09월 11일(월) 00:00
문화재 보존은 자연에 맞서는 일이다. 석조와 목조 문화재는 장구한 세월을 지나면서 풍화를 거치기 때문에 보수, 보강 등 보존처리가 필수다. 광주·전남에서는 통일신라 때 만들어진 ‘구례 화엄사 각황전 앞 석등’이 지난 5월부터 국립문화재연구원으로 옮겨져 대수술을 받고 있다. 불을 밝혀두는 화사석(火舍石)을 중심으로 석재 표면에 다수 박리(剝離)를 비롯해 받침돌 등에서 심각한 균열이 확인됐다. 박리는 석재 표면이 들떠 벗겨지는 현상이다.

나무를 부재로 사용한 사찰과 옛 가옥 등 목조 문화재는 곤충 때문에 위태롭다. 목조 문화재 킬러로 불리는 흰개미가 대표적이다. 흰개미는 나무를 갉아 먹는 습성 탓에 목조 건축물에 치명적 피해를 준다. 1998년 해인사 장경판전이 흰개미 피해를 보면서 관리·퇴치가 시작됐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이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목조문화재 가해 생물종 조사’를 실시한 결과 광주·전남지역 국보·보물, 국가민속문화재 등 52점 대부분에서 흰개미 서식이나 피해가 확인됐다. 강진 무위사 극락보전은 기둥 부재 교체 권고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문화재를 위협하는 흰개미를 잡아내기 위해 다양한 수단이 동원된다. 흰개미 탐지기는 흰개미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파형 차이로 서식 유무를 파악하는 장비다. 흰개미가 주로 습한 곳에서 살기 때문에 고주파를 이용해 목재의 수분을 측정하는 함수율기(含水率器)도 사용된다. 생물학적 특성을 추적하는 탐지견은 발달한 후각으로 흰개미가 내뿜는 페로몬(Pheromone)을 포착해 서식지를 찾아낸다.

문화재 당국이 토종 흰개미를 퇴치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지만 또다른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이원훈 경상국립대 교수에 따르면 서울·경기·경남·경북 등 69개 지역 목조 문화유산에서 일본흰개미 아종 400여 개체가 채집됐다. 한반도 기온이 상승해 외래종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꼽히던 외래종이 우리 목조 문화재에 피해를 주는 상황이 머지 않았다. 기후·환경 변화로 소중한 문화재가 손상되는 일이 없도록 대비를 서둘러야 할 때다.

/윤영기 사회체육담당 부국장 penfoot@kwangju.co.kr

실시간 핫이슈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