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역자와 배신자들- 전쟁의 소용돌이 속 인간 군상…그들은 왜 변절을 택했나
2023년 09월 07일(목) 18:40 가가
이준호 지음
1941년 여름 일본계 미국인 2세인 아이바 토쿠리 다키노는 이모가 위중하다는 소식에 병간호를 위해 일본으로 떠난다. 하지만 그해 12월 7일 일본이 하와이 진주만을 습격, 전쟁이 개시되면서 그는 일본에 고립된다. 그녀는 전쟁 중 ‘라디오 도쿄’에서 연합군을 대상으로 선전방송을 했다는 이유로 후일 반역죄로 재판을 받고 오랜 기간 감옥생활을 한다. 하지만 말년에는 그녀가 일본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는 사정, 연합군 포로들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 등이 알려지면서 군인 단체로부터 상도 받는 등 뒤늦게나마 명예를 회복할 수 있었다.
역사 속 인물들에 대한 평가는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언제나 논쟁을 불러 일으킨다. 최근 우리나라를 달구고 있는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흉상 존치, 정율성 기념공원 논란이 그런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준호의 ‘반역자와 배신자들-제2차 세계대전 속 논란의 인물들’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변절’을 택한 14명의 문제적 인물의 삶을 통해 당대의 역사를 이해하고, 근현대사의 오랜 문제점들을 되짚어 본 책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다양한 선택을 하게 된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간 인간 군상들 중 ‘반역자’ 내지는 ‘배신자’가 된 사람들이 그런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취하고자 했고, 누군가는 계급의 이익을 지키려 했고, 누구는 압제에서 벗어나길 바랐다. 또 자신의 이념과 신념을 널리 전파하려던 사람도 있었다. 그들의 말로는 대부분 불행했고 처벌을 받았지만 극적으로 영웅 내지는 애국자로 위상이 반전된 경우도 있었다.
책은 ‘환멸에 따른 변절자’, ‘시대의 희생양’, ‘극단적 신념의 추종자’, ‘이기적인 배신자’, ‘민족주의 투쟁가’ 등 다섯 가지 카테고리로 나눠 인물을 소개한다.
가장 대표적인 유형은 자신이 속해 있던 국가에 실망해 등을 돌린 이들이다. 한 때 모스크바 방어의 영웅으로 칭송받았던 소련 장군 안드레이 블라소프는 스탈린의 폭정에 실망해 러시아 해방군을 조직, 독일 편에서 싸우게 된다. 히틀러 암살 미수 사건을 다룬 영화 ‘작전명 발키리’를 통해서 알려진 독일의 보수 정치인 카를 괴르델리는 거사에 실패한 후 사형당했지만 종전 이후 그의 뜻을 기리는 기념비가 세워질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책에서는 또 영화 ‘새벽의 7인’의 소재가 된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 암살 사건 당시 특수부대원들을 팔아넘기고 거액의 보상금을 받은 체코 출신 군인 카렐 추르다, 전쟁영웅에서 괴뢰정부인 비시 프랑스의 수장이 돼 독일의 허수아비 앞잡이로 전락한 필리프 페탱, 죽어서야 조국 독일로 돌아갈 수 있었던 여배우 마를레네 디트리히 등의 이야기를 다룬다. <눌와·1만68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책은 ‘환멸에 따른 변절자’, ‘시대의 희생양’, ‘극단적 신념의 추종자’, ‘이기적인 배신자’, ‘민족주의 투쟁가’ 등 다섯 가지 카테고리로 나눠 인물을 소개한다.
가장 대표적인 유형은 자신이 속해 있던 국가에 실망해 등을 돌린 이들이다. 한 때 모스크바 방어의 영웅으로 칭송받았던 소련 장군 안드레이 블라소프는 스탈린의 폭정에 실망해 러시아 해방군을 조직, 독일 편에서 싸우게 된다. 히틀러 암살 미수 사건을 다룬 영화 ‘작전명 발키리’를 통해서 알려진 독일의 보수 정치인 카를 괴르델리는 거사에 실패한 후 사형당했지만 종전 이후 그의 뜻을 기리는 기념비가 세워질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책에서는 또 영화 ‘새벽의 7인’의 소재가 된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 암살 사건 당시 특수부대원들을 팔아넘기고 거액의 보상금을 받은 체코 출신 군인 카렐 추르다, 전쟁영웅에서 괴뢰정부인 비시 프랑스의 수장이 돼 독일의 허수아비 앞잡이로 전락한 필리프 페탱, 죽어서야 조국 독일로 돌아갈 수 있었던 여배우 마를레네 디트리히 등의 이야기를 다룬다. <눌와·1만68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