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의 실종 - 김대성 제2사회부장
2023년 09월 06일(수) 00:00
도심에서 작은 텃밭을 일구는 필자에게 좋아하는 작물이 무엇이냐고 묻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제일 먼저 ‘부추’를 꼽는다. 지역에 따라 솔이나 정구지, 부채, 부초 등으로도 불리는 부추는 다년생 초본으로 다른 채소와 달리 한 번만 씨를 뿌리면 뿌리에서 싹이 돋아나 계속 자라고, 항산화 작용을 하는 베타카로틴까지 풍부해 인기있는 작물이다. 3~9월이 제철로 화분이나 마당 텃밭에서 쉽게 재배할 수 있으며, 비닐하우스에서 대량으로 생산돼 우리에게 친근하다.

이런 터라 필자 역시 이 작물을 쉽게 생각하고 지금까지 수년 동안 무난하게 재배해왔다. 한데 지난 여름 정말 예기치 못한 일이 생겼다. 잦은 장마와 불볕 더위로 텃밭 관리를 소홀히 하다 오랜만에 찾았더니 얼마 전까지 잘 자라던 부추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 일이 발생한 것이다. 농부의 말로 ‘녹아 없어진’ 것이다.

전에는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전문가들에게 물으니 이번 여름 극한의 장마와 무더위가 부추를 고사시켰고, 말라버린 작물이 부서져 사라졌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지구 온도 상승에서 비롯된 이상기후가 원인이라고 했다. 멀게만 느껴졌던 기후변화가 도시 농부에게도 가까이 왔음을 감지하는 순간이었다.

최근 지구상에서 발생하는 최악의 산불·폭우·가뭄·폭염·폭설·전염병 등 재해는 지구 온도 상승에서 비롯된 이상기후가 원인이라고 한다. 올해 6월에 공개된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인 ‘IPCC’ 논문에 의하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동안 지구 온도는 0.06도 상승했다. 산업화 이전 시대에 지구 온도가 1도 상승하는 데 약 1000년이 걸렸다고 하니 현재 기후 변화가 얼마나 빠르고 심각하게 진행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한여름 무더위를 우리 선인들은 ‘대서(大暑), 염소 뿔도 녹는다’라는 속담으로 표현했다. 단단하기로 이름난 염소 뿔도 더위에 녹아내린다는 의미다. 폭염과 폭우의 반복, 극단과 극한이 난무하는 시대라지만 부추의 실종을 목도하고 보니, “지구의 종말을 막아달라”는 절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든다.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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