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매카시즘 - 최권일 정치부 부국장
2023년 08월 30일(수) 00:00 가가
대한민국이 매카시즘 광풍에 시달리고 있다. 광주시가 추진중인 정율성 역사공원 논란을 시작으로, 육사와 국방부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등이 대표적이다. 항일 독립운동가인 이들이 각각 중국·북한 공산당과 소련 공산당에서 활동했다는 이유에서다.
매카시즘이란 1950년대 초반 미국을 휩쓴 극단적이고 초보수적인 반(反)공산주의 열풍을 말한다. 지금은 반공주의 성향이 강한 집단에서 정치적 반대자나 집단을 공산주의자로 매도하려는 태도를 지칭해 사용한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조지프 레이먼드 매카시의 이름에서 나온 말이다. “국무성 안에는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는 매카시 연설을 발단으로, 미국 내에서 공산주의 색출 열풍이 불었다. 이는 미국의 흑역사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지구촌 유일의 분단 국가인 대한민국에서도 ‘반공(反共)과 북풍(北風)’이 보수 정권의 ‘무기’로 활용됐지만, 1980년대 후반 냉전 종식으로 중국과 소련 등 공산국가와 수교를 맺으면서 매카시즘은 사라진 듯 했다. 정율성 선생에 대한 각종 기념사업도 이 즈음 시작됐다. 노태우 대통령 재임 시절인 1988년 서울올핌픽을 앞두고 한중 우호의 상징으로 시작됐고, 이후 35년 동안 다양한 목적으로 사업들이 추진되어 왔지만 논란은 없었다.
봉오동 전투를 이끈 홍범도 장군도 소련 공산당에 가입했었다는 이유로 갑작스럽게 정부가 흉상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데 ‘난센스’다. 일제 강점기 연해주와 만주 등지에서 국외 무장 독립운동을 벌였던 독립운동가들은 항일운동이라는 대전제를 바탕으로 이념이 아닌 ‘현지 지원’을 얻기 위해 소련·중국 공산당 등에 가입하거나 활동한 아픈 역사적 배경이 있다. 그럴진대 이를 매카시즘으로 몰아 독립운동가들을 ‘갈라치기’ 하는 것은 우리나라 독립운동사를 ‘반쪽’으로 만드는 일이다.
6·25 전쟁과 한반도 분단이 고착화되기 전까지의 독립운동가에 대한 이념의 잣대는 거두어야 한다. 다시 국제사회가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 신 냉전체제로 빠져든 만큼 신 매카시즘에 대한 우려가 커 보인다.
/cki@kwangju.co.kr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조지프 레이먼드 매카시의 이름에서 나온 말이다. “국무성 안에는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는 매카시 연설을 발단으로, 미국 내에서 공산주의 색출 열풍이 불었다. 이는 미국의 흑역사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6·25 전쟁과 한반도 분단이 고착화되기 전까지의 독립운동가에 대한 이념의 잣대는 거두어야 한다. 다시 국제사회가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 신 냉전체제로 빠져든 만큼 신 매카시즘에 대한 우려가 커 보인다.
/ck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