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식물들 - 신현철 지음
2023년 08월 26일(토) 12:00 가가
다윈도 못 밝힌 고등식물 급속진화 수수께끼
“최근 지질시대에서 발견되는 모든 고등식물로 판단해 볼 때 이들의 급격한 발달은 하나의 지독한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네. 만일 고등식물이 처음에는 고지대에서만 살 수 있었다고 우리가 믿는다면, 확실히 커다란 진전일 것이네.”
찰스 다윈(1809~1882)은 1879년 7월 식물학자이자 탐험가인 조지프 후커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1859년 ‘종(種)의 기원’을 펴내며 진화론을 정립했던 다윈은 20년 후에도 ‘지독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고심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고등식물은 ‘쌍떡잎 식물 중에서 겉씨식물을 제외한 씨앗이 열매에 감추어져 있는 종류’를 의미한다. 백악기 이후 지층에서 발견되는 ‘쌍떡잎식물의 급격한 진화’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새로운 종은 아주 서서히, 하나씩 하나씩, 육지와 물에서 나타난다’고 주장하는 자신의 이론에 치명적이었다. 다윈은 남반구에 지금은 사라져버린 대륙이 있었을 것으로 가정했다. 2300만 년 전 해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사라진 대륙’은 1995년 발견돼 ‘질랜디아’(Zealandia)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식물학자 신현철이 펴낸 ‘다윈의 식물들’은 식물을 통해 다윈의 일대기를 재구성했다. 20대 다윈이 1831년부터 1836년까지 영국 해군 측량선 ‘비글호’에 동승해 벌인 탐사여정은 ‘인류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여행’으로 불린다. 그는 5년간의 탐사를 바탕으로 1839년 ‘비글호 항해기’를 펴냈고, 1859년 ‘종의 기원’을 출간하며 창조론을 뒤엎고 생물의 진화론을 주창했다.
‘종의 기원’ 초판을 번역했던 저자는 2019년 ‘다윈이 말년에 식물에 대해 끝내 풀지 못한 숙제로 인해 괴로워했다’라는 BBC 기사를 접하고 다윈의 식물연구를 깊이 있게 들여다봤다. 저자는 ‘식물과 친구가 된 다윈’과 ‘지독한 수수께끼에 직면한 다윈’ 등 다윈의 생애를 5개 시기로 나눠 다윈과 식물, 진화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저서 ‘종의 기원’과 ‘진화론’으로만 알고 있었던 다윈의 삶은 다이내믹하다. 20대 시절 지구를 일주하며 ‘자연선택에 의해 생물이 진화한다’라는 단서를 얻었고, 일생동안 식물을 연구하며 진화론을 구축해나갔다. 1843년 다윈이 ‘정원사 신문’에 게재한 ‘겹꽃의 기원’은 ‘식물학사의 커다란 사건’이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다윈의 설명은 오늘날 관점에서는 미흡하지만, 그 당시에 겹꽃이라는 변이를 만드는 원리를 파악하려는 노력으로 평가해야만 할 것이다”고 풀이한다.
다윈의 ‘진화론’은 우연하게 나오지 않았다. 5년에 걸린 비글호 항해에서 채집한 고등식물 표본은 갈라파고스 제도 200점 등 1400여 점에 달했다. 영국으로 보내진 식물표본들은 전문가인 존 헨슬로 케임브리지대 교수와 윌리엄 후커(영국 왕립식물원장) 등에 의해 동정(同定·생물의 분류학사의 소속이나 명칭을 바르게 정하는 일)되고, 학계에 신종으로 보고됐다. ‘종의 기원’은 비글호 항해 후 20여년에 걸친 거듭된 실험과 연구를 통해 탄생했다.
신간에서 소개하는 다윈의 식물관련 실험내용이 돋보인다. 다윈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800~1000㎞ 떨어진 식물들의 유연관계를 밝히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바닷물에 씨앗을 담근 후 발아시켰다. 식물의 이주에 대한 ‘터무니 없는 실험’이었다. 또한 ‘자연선택’ 사례로 나오는 붉은토끼풀과 뒤영벌, 진홍토끼풀과 꿀벌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변이는 ‘식물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친 결과’였다.
신간은 부제(‘종의 기원’에서는 못다 밝힌 다윈의 식물진화론)에 걸맞게 식물을 통해 진화론을 다듬어나가는 19세기 한 과학자의 열정을 오롯이 보여준다. 부록으로 ‘다윈이 1839년 원예학자 허버트에게 보낸 10가지 질문과 답’ 등 4편의 글을 수록했다.
<지오북·1만95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 ![]() |
진화론을 밝히는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이 20대 때 5년간 승선해 탐사에 나섰던 비글호. <위키미디어 커먼즈 제공> |
다윈의 ‘진화론’은 우연하게 나오지 않았다. 5년에 걸린 비글호 항해에서 채집한 고등식물 표본은 갈라파고스 제도 200점 등 1400여 점에 달했다. 영국으로 보내진 식물표본들은 전문가인 존 헨슬로 케임브리지대 교수와 윌리엄 후커(영국 왕립식물원장) 등에 의해 동정(同定·생물의 분류학사의 소속이나 명칭을 바르게 정하는 일)되고, 학계에 신종으로 보고됐다. ‘종의 기원’은 비글호 항해 후 20여년에 걸친 거듭된 실험과 연구를 통해 탄생했다.
신간에서 소개하는 다윈의 식물관련 실험내용이 돋보인다. 다윈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800~1000㎞ 떨어진 식물들의 유연관계를 밝히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바닷물에 씨앗을 담근 후 발아시켰다. 식물의 이주에 대한 ‘터무니 없는 실험’이었다. 또한 ‘자연선택’ 사례로 나오는 붉은토끼풀과 뒤영벌, 진홍토끼풀과 꿀벌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변이는 ‘식물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친 결과’였다.
신간은 부제(‘종의 기원’에서는 못다 밝힌 다윈의 식물진화론)에 걸맞게 식물을 통해 진화론을 다듬어나가는 19세기 한 과학자의 열정을 오롯이 보여준다. 부록으로 ‘다윈이 1839년 원예학자 허버트에게 보낸 10가지 질문과 답’ 등 4편의 글을 수록했다.
<지오북·1만95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