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밑의 세계사 - 이동민 지음
2023년 08월 26일(토) 08:00
페르시아 전쟁·실크로드…2000년 역사를 움직인 ‘지리의 힘’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지정학적 원인이 깊이 얽혀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중해와 연결된 흑해와 길게 접한 데다, 흑해의 요지인 크림반도를 차지하고 있다. 또 거대한 평야지대를 바탕으로 한 풍부한 농업생산성과 막대한 자원매장량도 매력적이다. 유럽과 러시아라는 두 경쟁 세력이 맞붙다면 그곳은 지리적으로 우크라이나일 수밖에 없다. 두 나라의 전쟁은 ‘지리가 빚어낸 전쟁’인 셈이다. 지리학자 이동민 교수의 분석이다.

지리학의 시각으로 지구사, 문명사, 전쟁사를 해석해온 이동민 전주교육대 교수가 펴낸 ‘발밑의 세계사’는 서양과 동양의 탄생부터 현대 지정학 질서의 발단까지 지난 2000년간 이어져온 지리의 힘을 포착한 책이다. 부제는 ‘페르시아 전쟁부터 프랑스 혁명까지, 역사를 움직인 위대한 지리적 순간들’.

저자는 페르시아 전쟁부터 나폴레옹 전쟁까지 12번의 핵심 전쟁은 왜 벌어졌을까, 인류의 7대 활동 무대는 언제 등장했을까, 라틴족부터 몽골족까지 이름난 민족들은 ‘어떻게’ 세력을 확대했을까 등 흥미로운 주제를 풀어낸다.

저자는 산맥부터 해안까지 인간 삶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지형에 초점을 맞춘 ‘지형학’과 장기간에 걸쳐 기후가 어떻게 변화했고, 어느 공간에 분포했는지 살피는 ‘기후학’, 지리가 정치와 외교에 미치는 영향을 들여다본 ‘지정학’을 비롯해 ‘군사지리학’, ‘문화역사지리학’ 등 지리학의 5가지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됐다. 1부 ‘탄생, 충돌, 분열하는 공간-동서문명의 기틀을 다진 전쟁들’에서는 각 문화권의 탄생과 배경이 된 지리를 살핀다. 그는 인류 최초의 ‘동서 충돌’로 불리는 페르시아아 전쟁은 거대한 산맥 때문에 동쪽으로 진출이 불가능했던 페르시아의 지리적 조건에 크게 영향을 받았고, 이 전쟁을 통해 그리스가 통일된 정체정과 영역성을 구축하며 ‘서구’의 씨앗이 뿌려졌다고 설명한다.

2부 ‘교차하는 길-이슬람 문명과 실크로드’에서는 각 문화권을 연결하는 ‘길’에 초점을 맞췄다. 고대인들이 온갖 산맥과 사막, 고원의 틈과 틈을 이어 길을 낸 실크로드는 지리의 산물로 각종 상품 뿐 아니라 사상의 교차로이기도 했다. 몽골제국은 기후변화에 힘입어 팽창을 거듭하며 실크로도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다. 또 서아시아를 뒤흔든 십자군의 길과 아나톨리아 반도부터 흑해 및 발칸반도를 잇는 오스만제국의 길도 만날 수 있다.

3부 ‘민족의 이름으로 그어지는 선-근대 민족국가의 탄생’은 지표 공간 위에 인위적으로 그어지는 ‘새로운 선’을 따라간다. 저자는 해양 세력과 대륙 세력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지리에 크게 영향받은 임진왜란은 현대 한·중·일의 정체성과 영역성을 형성했다고 설명한다.

<위즈덤하우스·2만3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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