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컬러 인사이드 - 황지혜 지음
2023년 08월 25일(금) 20:00 가가
아홉가지 컬러가 선사하는 무한한 영감과 일상의 행복
우리는 일상에서 많은 색을 접하고 산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익숙한 색들과 만나며 출근을 하는 중에도 다양한 컬러들을 접한다. 차를 타고 도심을 질주할 때, 신호등이 켜진 횡단보도를 건널 때, 사무실에 들어와 컴퓨터를 켤 때 등등 무수히 많은 색들을 보게 된다.
어떤 기억은 특정한 공간과 연계되는 데 그 중심에는 색이 있다. 장소가 색으로 기억되는 것은 인간의 감각 중 시각이 가장 섬세하고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일 것이다.
빨강은 로맨틱하고 매혹적인 색상이다. 소설을 비롯해 영화, 연극 등 다양한 작품 속에서 레드는 다양하게 변주돼 왔다. 레드는 “유혹과 질투, 배반을 넘어 비로소 찾게 되는 진정한 사랑, 이 모든 감정을 대표하는 컬러”이다.
1900년대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 ‘물랑 루즈’는 사랑 이야기다. 물랑 루즈는 ‘빨간 풍차’라는 뜻의 카바레로 몽마르트르 언덕에 있다. 영화는 극작가가 되기 위해 파리에 온 영국 작가 크리스티안과 물랑 루즈 최고 대서인 사틴의 만남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찬란한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사틴은 새하얀 얼굴과 새빨간 입술로 자신을 배우로 만들어 줄 공작을 유혹한다. 이때의 레드는 “유혹이나 미혹, 불륜이나 배반, 욕망 등을 표현할 때 주로 블랙과 함께” 사용된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 크리스티안과의 진실된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에서 레드는 공작을 유혹할 때와 다르다. “단색 레드의 실크 드레스를 입고 빨간 입술로 노래하는 사틴”의 모습은 눈부시다. 레드 드레스 또한 달빛 아래 매혹적인 분위기를 발한다.
이처럼 서로 다른 상황과 환경, 사람과의 관계에서 레드는 ‘가장 천박할 수도 가장 매혹적일 수도 있는 컬러’라 할 수 있다.
컬러가 주는 감성과 의미를 조명하는 ‘컬러 인사이드’는 매혹적인 책이다. 모두 아홉 가지 컬러가 선사하는 무한한 영감과 일상의 행복을 다룬다. 저자는 황지혜 CMF 디자이너로 LG전자에 입사해 휴대폰, 가전 등 다양한 전자제품의 컬러와 소재를 발굴하고 적용해왔다. 이후 CMI 대표로 국내와 유럽, 중국 회사들과 컬러 및 소재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저자는 컬러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시각 언어로 작용한다고 본다. 컬러는 물감처럼 물리적인 대상에 녹아 있기도 하지만 철학 같은 정신적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컬러 하나하나에는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온 인류의 역사와 전통에 대한 고유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으며, 서로 다른 것들을 연결하고 새로운 것들을 창조해 나갈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컬러의 매력이자 제가 컬러를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이성적이고 중립적인 컬러는 어떤 색일까. 바로 파랑이다. 파랑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고루 받는 색이다. 드넓은 바다와 끝간 데 없이 펼쳐진 하늘은 한결같이 푸르다. 자연을 닮아 쉼과 힐링의 의미도 담고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하늘을 상징하는 블루를 신성시했으며 왕의 장례용 가면과 조각에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12세기 가톨릭에서는 그림 속 성모 마리아의 로브 컬러를 값비싼 블루인 울트라마린으로 채색했는데 “마리아의 거룩함과 순결한 미덕을 기리기 위함과 동시에 가톨릭의 신성을” 높이기 위한 방편이었다.
밝고 긍정적이며 무한한 에너지를 품은 컬러는 노랑이다. 화가들이 사랑한 색으로 고흐는 ‘해바라기’를 비롯해 ‘노란집’, ‘카페테라스’, ‘아를의 정신병원’에 이르기까지 노랑을 사용해 제각기 미묘한 감성의 온도를 전달한다.
이밖에 책에는 ‘생명의 탄생에서 죽음까지 대자연의 시작과 끝이 담긴’ 초록, ‘미각과 후각을 자극하는 가장 상큼한 컬러’ 주황, ‘로맨틱하고 부드러운 꿈과 낭만의 컬러’ 핑크, ‘모든 것을 담은 가장 광범위하고 철학적이며 시크한 컬러’ 검정, ‘순수하고 심플한 무한한 가능성의 컬러’ 하양에 이르기까지 색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빨강은 로맨틱하고 매혹적인 색상이다. 소설을 비롯해 영화, 연극 등 다양한 작품 속에서 레드는 다양하게 변주돼 왔다. 레드는 “유혹과 질투, 배반을 넘어 비로소 찾게 되는 진정한 사랑, 이 모든 감정을 대표하는 컬러”이다.
1900년대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 ‘물랑 루즈’는 사랑 이야기다. 물랑 루즈는 ‘빨간 풍차’라는 뜻의 카바레로 몽마르트르 언덕에 있다. 영화는 극작가가 되기 위해 파리에 온 영국 작가 크리스티안과 물랑 루즈 최고 대서인 사틴의 만남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처럼 서로 다른 상황과 환경, 사람과의 관계에서 레드는 ‘가장 천박할 수도 가장 매혹적일 수도 있는 컬러’라 할 수 있다.
컬러가 주는 감성과 의미를 조명하는 ‘컬러 인사이드’는 매혹적인 책이다. 모두 아홉 가지 컬러가 선사하는 무한한 영감과 일상의 행복을 다룬다. 저자는 황지혜 CMF 디자이너로 LG전자에 입사해 휴대폰, 가전 등 다양한 전자제품의 컬러와 소재를 발굴하고 적용해왔다. 이후 CMI 대표로 국내와 유럽, 중국 회사들과 컬러 및 소재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저자는 컬러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시각 언어로 작용한다고 본다. 컬러는 물감처럼 물리적인 대상에 녹아 있기도 하지만 철학 같은 정신적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컬러 하나하나에는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온 인류의 역사와 전통에 대한 고유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으며, 서로 다른 것들을 연결하고 새로운 것들을 창조해 나갈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컬러의 매력이자 제가 컬러를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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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워커 블루라벨 |
12세기 가톨릭에서는 그림 속 성모 마리아의 로브 컬러를 값비싼 블루인 울트라마린으로 채색했는데 “마리아의 거룩함과 순결한 미덕을 기리기 위함과 동시에 가톨릭의 신성을” 높이기 위한 방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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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해바라기’ |
이밖에 책에는 ‘생명의 탄생에서 죽음까지 대자연의 시작과 끝이 담긴’ 초록, ‘미각과 후각을 자극하는 가장 상큼한 컬러’ 주황, ‘로맨틱하고 부드러운 꿈과 낭만의 컬러’ 핑크, ‘모든 것을 담은 가장 광범위하고 철학적이며 시크한 컬러’ 검정, ‘순수하고 심플한 무한한 가능성의 컬러’ 하양에 이르기까지 색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