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지리학자의 열대 인문여행 이영민 지음
2023년 08월 18일(금) 15:00 가가
넓은 지구 다양한 삶의 터전 있는데 왜 ‘열대’일까?
이곳은 어디일까? 대체로 적도를 중심으로 남북 회귀선(위도 23.5도)까지에 해당한다. 영어로는 ‘이퀘이터’라고 부른다. 태양으로부터 가장 가까워 많은 열에너지를 받는다.
바로 적도 지역이다. 정말로 이곳은 해가 중천에서 뜬다. 그로 인해 이색적인 현상이 생긴다.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이른바 ‘라하이나 눈’이 일어나는 것. 해가 지표면에 수직으로 뜨는 경우가 두 번 정도 있고 그 외의 기간에도 태양 고도는 높다.
“적도가 지나가는 열대 지역 곳곳에는 적도기념탑이 세워져 있어 여행자들의 관심을 끌곤 한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적도탑은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에 있는 적도기념탑일 것이다. 스페인어명칭은 ‘사우다드 미타 델 문도’인데, 직역하면 ‘세상의 중앙 도시’라는 뜻일 것이다.”
적도 지역에서는 일반적인 다른 지역과는 다른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일테면 이런 것들이다. 날계란을 길쭉한 방향으로 세울 수 있다. 적도가 지구의 자전축과 수직을 이루기 때문에 계란 노른자가 한가운데 몰려 무게중심 역할을 톡톡히 한다. 욕조통에 물을 부었을 때 배수구에 회오리가 생기지 않고 빠져나가는 것도 적도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열대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 ‘지리학자의 열대 인문여행’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한 보물창고와 같다. 저자인 이화여대 사회과교육과 이영민 교수는 장소와 사람, 문화의 관계를 밝히는 인문지리학을 연구한다. 그동안 ‘지리학자의 인문여행’ 등의 저서와 ‘포스트식민지주의의 지리’ 등 다수의 번역서를 공동 출간했다.
이번 책에서 저자는 카리브해부터 아마존 열대우림까지 열대에 관한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넓은 지구의 다양한 삶의 터전이 있는데 왜 ‘열대’일까. 저자의 말은 이렇다.
“그곳이 우리와는 아주 다른 기후와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중위도 온대 지역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열대는 친숙하면서도 낯선 곳이고 그만큼 많은 편견과 오해가 존재하는 지역이다. 책 한 권에 다 담아낼 수 있을지 걱정될 만큼 알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가득한 곳이다.”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우리는 열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에서는 열대에 대한 편견과 오해의 근원에 초점을 맞췄다. 저자는 혼돈의 삶과 갈등은 유럽의 식민지배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과거 오랜 세월 겪은 수탈과 착취 그리고 식민시대의 종식 이후에도 유럽 세력이 구획한 국경선은 갈등과 분쟁의 씨앗이 되었다.
또한 저자는 단편적 경험과 상상이 만들어낸 열대성이 편견을 낳았다고 본다. 유럽제국주의가 “내륙의 빽빽한 열대우림이나 대하천의 급류를 헤치고 들어가기에는 역부족”이었던 탓에 그들에게 당시의 열대는 “이색적이고 경이로운 동시에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을” 주는 지역으로 인식됐다.
2부 ‘열대의 자연은 아름답고 풍요롭다’는 열대에 걸쳐 있는 자연을 소개한다. 대하천이 품은 진귀한 것들이 산재한 아마존, 동부아프리카 지구대의 생명의 호수 빅토리아호, 열대지역임에도 온화하고 시원한 킬리만자로산과 아프리카의 고산지대 등을 만난다. 또한 카리브해와 마야 유적의 신비가 깃든 열대의 바다 휴양지들, 즉 멕시코 칸쿤과 유적지 치첸이트사 등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3부 ‘열대의 삶을 그들 입장에서 바라보다’는 인류 탄생 기원지로서의 아프리카의 역사와 문명을 들여다본다. 저자는 열대우림이 인간의 접근을 어렵게 해 문명 확산에 장애물로 작용했다고 본다. 유라시아는 동남쪽 변방 구석에 적게 적도가 나타나지만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대륙은 열대가 한가운데를 차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열대에 덧씌워진 유토피아의 이미지와 암울한 디스토피아의 이미지를 생각해보면서 우리가 열대를 소비하는 방식이 잘못된 이미지에 근거했던 것이 아닌지를 성찰했으면 한다”고 전한다.
<글담출판사·1만88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바로 적도 지역이다. 정말로 이곳은 해가 중천에서 뜬다. 그로 인해 이색적인 현상이 생긴다.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이른바 ‘라하이나 눈’이 일어나는 것. 해가 지표면에 수직으로 뜨는 경우가 두 번 정도 있고 그 외의 기간에도 태양 고도는 높다.
이번 책에서 저자는 카리브해부터 아마존 열대우림까지 열대에 관한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넓은 지구의 다양한 삶의 터전이 있는데 왜 ‘열대’일까. 저자의 말은 이렇다.
“그곳이 우리와는 아주 다른 기후와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중위도 온대 지역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열대는 친숙하면서도 낯선 곳이고 그만큼 많은 편견과 오해가 존재하는 지역이다. 책 한 권에 다 담아낼 수 있을지 걱정될 만큼 알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가득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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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휴양지는 열대 지역에 많이 있다. 사진은 카리브해의 백사장과 리조트. <아날로그 제공> |
1부 ‘우리는 열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에서는 열대에 대한 편견과 오해의 근원에 초점을 맞췄다. 저자는 혼돈의 삶과 갈등은 유럽의 식민지배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과거 오랜 세월 겪은 수탈과 착취 그리고 식민시대의 종식 이후에도 유럽 세력이 구획한 국경선은 갈등과 분쟁의 씨앗이 되었다.
또한 저자는 단편적 경험과 상상이 만들어낸 열대성이 편견을 낳았다고 본다. 유럽제국주의가 “내륙의 빽빽한 열대우림이나 대하천의 급류를 헤치고 들어가기에는 역부족”이었던 탓에 그들에게 당시의 열대는 “이색적이고 경이로운 동시에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을” 주는 지역으로 인식됐다.
2부 ‘열대의 자연은 아름답고 풍요롭다’는 열대에 걸쳐 있는 자연을 소개한다. 대하천이 품은 진귀한 것들이 산재한 아마존, 동부아프리카 지구대의 생명의 호수 빅토리아호, 열대지역임에도 온화하고 시원한 킬리만자로산과 아프리카의 고산지대 등을 만난다. 또한 카리브해와 마야 유적의 신비가 깃든 열대의 바다 휴양지들, 즉 멕시코 칸쿤과 유적지 치첸이트사 등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3부 ‘열대의 삶을 그들 입장에서 바라보다’는 인류 탄생 기원지로서의 아프리카의 역사와 문명을 들여다본다. 저자는 열대우림이 인간의 접근을 어렵게 해 문명 확산에 장애물로 작용했다고 본다. 유라시아는 동남쪽 변방 구석에 적게 적도가 나타나지만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대륙은 열대가 한가운데를 차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열대에 덧씌워진 유토피아의 이미지와 암울한 디스토피아의 이미지를 생각해보면서 우리가 열대를 소비하는 방식이 잘못된 이미지에 근거했던 것이 아닌지를 성찰했으면 한다”고 전한다.
<글담출판사·1만88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