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출신 한종근 시인…한적한 일상, 진솔한 서정으로 녹여내다
2023년 08월 16일(수) 18:55
‘달과 지구 아내와 나’ 펴내
본질적으로 시인은 사물에 대한 그리고 사람에 대한 애정이 많은 이들이다. 그러한 관심이 있기에 특정한 단상을 모티브로 시를 쓴다.

강진 출신 한종근 시인이 첫 시집 ‘달과 지구 아내와 나’(문학들·사진)를 펴냈다.

시인은 담양에서 늙으신 어머니를 봉양하며 살다 현재는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 작품집 제목 ‘달과 지구 아내와 나’는 한적한 시골에서 아내와 사는 시인의 일상을 환기한다. 진솔한 서정으로 노래하는 시들은 인간과 사물에 대한 시인의 심상을 짐작할 수 있다.

“사과를 갈아서/ 삼베에 밭친다//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했는데/ 그 손가락 열 개가/ 사과를 쥐어짠다// 열아홉 소녀 같은/ 하얀 속살의 사과가// 단물 쪼옥 빠지고/ 갈변해/ 쭈그렁 망태기로 남는다”

‘어머니’라는 시를 읽고 있으면 모든 것을 내어주고 허랑하게 마른 육신으로 남은 우리들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몸져누워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어머니를 향한 화자의 심정은 뭉클하면서도 아프다. 고단한 생애를 살아온 한 인간의 역사가 압축적으로 펼쳐지며 동시에 가늠할 수 없는 깊이를 생각하게 한다.

시인의 섬세한 감성과 지극한 사랑은 표제시 ‘달과 지구 아내와 나’라는 작품에서도 느껴진다. “수액인 내게 끌려/ 관을 타고 내려오듯/ 아내에게 끌린 나는/ 그녀 뛰는 맥박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꼬옥 끌어안는다”

화자와 아내 사이의 끈끈한 사랑, 연민 등의 정서와 감성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부부의 정이 무엇인지를 곱씹게 한다.

한편 이효복 시인은 추천사에서 “모성 신화의 신적 공간인 창인당에서 한종근은 안방의 이야기와 앞마다에서 눈에 보이는 풍경을 묘사한다. 신화적 서사의 서정이다”며 “순환의 생명력이 갖는 보편적 이룸이다. 한종근의 시는 우주의 속살이고 삶의 피인 것이다”고 평한다.

한편 한종근 시인은 1980년대 중반 놀이패 ‘신명’에서 청년기를 보냈으며 전남대 대학원에서 희곡을 공부하다가 시를 쓰기 시작했다. 2020년 ‘시와문화’로 등단했으며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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