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거의 모든 순간의 미술사] 존-폴 스토나드 지음, 윤영 옮김
2023년 08월 12일(토) 12:00
예술의 이미지는 보이지 않은 것을 보이게 한다
인도네시아 어느 섬의 석회암 동굴 벽에는 약 5만 년 전 인류가 그린 토종돼지 그림이 있다. 동일한 시기 유럽에서는 또 다른 인류가 숯으로 질주하는 말을 간략하게 그렸다.

위는 인류가 자연에 대한 반응으로 이미지를 만들어낸 사례다. 이미지를 그리고자 하는 것은 인간이 가진 본능이다. 그로 인해 초기 호모 사피엔스는 주변을 잘 이해했으며 점차 번영할 수 있었다.

미술사가인 존-폴 스토나드가 저술한 ‘거의 모든 순간의 미술사’는 흥미로운 책이다. 워싱턴 DC 국립미술관의 선임연구원을 역임한 그는 테이트 브리튼에서 열린 ‘케네스 클라크: 문명을 찾아서’를 기획했으며 ‘미술사를 만든 책들’을 공동 편집한 미술사 분야 전문가다.

이미지는 인간이 세계와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등을 보여주는 수단이다. 페트뤼스 크리스튀스 ‘어린 소녀의 초상’.
스토나드의 책 ‘거의 모든 순간의 미술사’는 이미지에 초점을 맞춘다. 그동안 인간이 어떻게 이미지를 창작하고 세계와 관계를 맺어왔는지 그리고 세계를 어떻게 형성해왔는지 주목한다.

저자는 “예술의 이미지는 보이지 않은 것을 보이게 한다. 우리 몸과 생활의 보이지 않는 부분, 우리의 마음과 사회적 습관이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가정들을 말이다. 예술의 이미지는 더 나은 무엇인가, 더 큰 자유의 비전을 보여줌으로써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하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말한다.

초기 인류가 그림을 그린 공간은 동굴이다. 매머드의 엄니에서 동물의 형상을 발견하고 그것을 사자상 조각하는 등 오랫동안 동물에 집중했다. 최초로 등장한 인간 이미지는 2만6000년 전쯤 만들어진 여성 신체 조각상이다.

이후 인간은 정착을 하면서 스톤헨지 같은 거석을 이용해 기념물을 세웠다. 메소포타미아를 비롯해 이집트 등 고대 문명은 당대 지배자의 이미지를 모티브로 제작됐다.

인더스 문명에서는 인간을 “동물의 지배자”로 표현한 이미지를 제작했으며 고대 중국인들은 옥을 정교하게 조각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신체를 정교하게 표현한 조각상들이 만들어졌다. 파르테논 신전 같은 위대한 건축물이 당시에 건립됐다. 특히 그리스 이미지는 로마를 통해 오늘날까지 전해졌으며, 로마인들은 그리스 조각들을 토대로 새롭게 창작했다.

이미지는 인간이 세계와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등을 보여주는 수단이다. 라파엘로 ‘원인에 대한 지식’.
미지는 더욱 더 삶과 밀접한 연관을 맺게 된다. 로마에서는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을 그리거나 조각하는 등 다채롭게 변이됐다.

초기 종교 미술은 ‘이미지 없는 이미지’를 활용했다. 인도에서 초기 종교화는 부처를 직접 그리지 않고 발자국이나, 말의 안장 등을 상징적으로 그렸다. 물론 그리스 조각의 영향을 받은 간다라 왕국에서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즉 부처의 조각상을 제작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불교는 중국으로 전파돼 둔황 석굴 같은 수많은 불화를 탄생시키기에 이른다.

박해의 대상이 되었던 초기 기독교들은 암호와 같은 이미지를 남겼다. 타 지역으로 교세를 확장한 이후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다. 콘스탄티노블의 아야 소피아를 비롯해 라벤나 산 비탈레 같은 화려한 성당이 세워졌다. 기독교 문화의 확산은 남으로는 아프리카 대서양, 북으로는 슬라브 지역 너머에까지, 서쪽으로는 아일랜드와 잉글랜드 해안까지 이르렀다.

사실 서양 미술의 중요한 주제는 종교였다. 베네치아 화가들이 붓으로 시적인 분위기를 표현했다면 플랑드로 예술가들은 세필로 대상을 그렸다. 파리에서 제작된 채색 필사본은 섬세한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계란을 용매로 템페라(안료와 매체의 혼합)를 이용했다. 이후 유화 물감의 발견은 대상을 선명하면서도 다채롭게 묘사할 수 있게 했다.

19세기 중반 이후 사진의 발견은 새로운 미술로의 전환을 견인했다. 카메라는 동시에 화가들의 시선도 바꾸게 하는 촉매제가 되었다.

<까치·3만9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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