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보증금 떼일라…임차권 등기 신청 급증
2023년 08월 08일(화) 20:25
역전세·전세사기 사태 속출에 부동산 침체 따른 집값 하락 영향
광주·전남 2020년 242건→올해 7월까지 510건으로 크게 늘어

/클립아트코리아

광주·전남에서 전세 세입자들의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전세사기가 극성이어서 전세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세입자들의 우려를 반영하는 한편, 역전세난과 주택가격 하락의 여파라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8일 대한민국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광주·전남 전국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연립주택)의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총 510건(광주 219건, 전남 291건)으로 집계됐다.

광주에서는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이 2020년 97건에서 2022년 145건으로 크게 늘었다. 전남은 2020년 145건에서 2022년 234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7월 현재 광주·전남지역을 통틀어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이 지난해 전체 신청 건수를 이미 넘어섰다.

지난해 동기간(1~7월)과 비교하면 광주에서는 올해 신청이 3.4배(63건→219건) 늘었고 전남도도 1.9배(151건→291건)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광양이 126건으로 신청이 가장 많았고, 순천(53건), 나주(41건), 여수(22건), 무안(19건), 목포(18건)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이 증가한 이유로 부동산 가격 하락을 꼽고 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이 7월 5주차 전국주택가격동향을 조사한 결과 광양과 여수 중저가 아파트 위주로 매매가가 각각 0.12%, 0.11%하락했고 전세가는 각 0.35%와 0.09%떨어졌다.

광주에서도 같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수완지구에서 공인중개업을 하고 있는 양미경씨는 “최근 광주지역에서 경기가 좋지 않아 부동산 거래가 위축된 탓에 임대사업자들의 매물을 중심으로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다 주택가격과 전세가가 동반 하락한 탓에 임차인이 전세금을 돌려 받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전세사기 사태가 속출하면서 세입자들이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봉수 광주도시공사 도시주택연구소장은 “임대보증금은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재산이고 추후 내집 마련으로 가는 삶의 기반”이라면서 “매매값이 보증금보다 낮아지는 ‘깡통전세’를 이용한 전세사기가 늘고 있어 신청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 같은 ‘역전세난’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달 27일부터 1년간 전세 보증금 반환 용도에 한해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를 시행 중이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임차권 등기명령

전세 만기에도 보증금을 받지 못한 세입자가 법적으로 보증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등기부 등본에 기재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에는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세입자는 이를 반환받을 때까지 이사를 가면 안 된다. 이사를 가고 주민등록을 옮기면 보증금 반환 요건인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미리 신청하면 세입자가 이사를 가더라도 종전 주택 보증금을 우선적으로 돌려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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