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로 풀어낸 ‘심상의 세계’
2023년 08월 08일(화) 19:52 가가
해남 출신 신남영 시인 두번째 시집 ‘명왕성 소녀’ 펴내
“중머리를 넘지 못하는 나의 거문고는 아직도 진양조에 머물러 있다. 내가 닿지 못하는 짧은 산조의 끝에도 예인들의 독공의 시간이 담겨 있다. 천공(天空)의 소리를 엿보고 엿듣는 일은 그 극점의 무진강산으로 함께 들어가는 시간, 그것은 언어로 진세(塵世)를 건너가고자 하는 한 수행자(修行者)의 비망기(備忘記)인 것이다.”
시인의 말에서 그가 상정하고 있는 시의 지점이 예사롭지 않음을 짐작한다. 시인이 생각하는 시의 경지는 어디쯤일까.
해남 출신 신남영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명왕성 소녀’(황금알)를 펴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3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이기도 한 작품집은 독특한 심상을 형상화한 시들로 채워져 있다.
호병탁 문학평론가의 표현대로 “그의 시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처는 바로 이런 심상과 비유들의 집합”이라 할 수 있다.
“늘 시차를 안고 살아야 하는/ 넌 어느 별에서 왔을까// 끊어질 듯 이어지는 너의 메시지는/ 새벽을 건너온 지친 목소리로/ 무겁게 쓰러지고 만다// 아마 처음으로 내게 건너온/ 너의 메시지는 박하향 나는/ 캔디맛 같은 것// 잠시 스쳐 간 손길이라도/ 한때는 굳게 다짐했던 약속도/ 이제는 네가 멀어져 갈수록/ 허공에 사라지는 별빛이 되겠지…”
위 시 ‘명왕성 소녀’는 화자의 상상을 시어로 구체화한 정갈한 작품이다. 지구에서 가장 먼 소행성인 명왕성을 사랑으로 빗대 아프게 그리고 있다. 화자는 멀고 먼 행성으로 떠나려 는 이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한다.
그러나 언젠가는 다시 말날 수도 있다는 일말의 희망의 끈도 놓지 않는다. “시간과 공간이 휘어버린 그런 행성 하나쯤 있다면” 혹여 다시 재회할 수 있다고 본다.
이밖에 ‘북 치는 소년’, ‘마른 발목이 보인다’, ‘늦가을 저 갈가마귀는’, ‘하늘의 소리를 엿듣다’ 등의 작품은 간결하면서도 문기가 가득하다. 시인의 심상에 드리워진 순하면서도 애틋한 감성이 오랜 여운을 준다.
호병탁 문학평론가는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밝고 환한 정서와는 거리가 먼 슬프고 어두운 분위기다”며 “그러나 직선으로 뻗은 대로도 좋지만 산 따라 물 따라 돌아가는 길이 때로는 더 아름다운 것도 사실이 아닌가”라고 평한다.
한편 신 시인은 2013년 ‘문학들’로 등단했으며 시집 ‘물 위의 현’이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해남 출신 신남영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명왕성 소녀’(황금알)를 펴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3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이기도 한 작품집은 독특한 심상을 형상화한 시들로 채워져 있다.
호병탁 문학평론가의 표현대로 “그의 시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처는 바로 이런 심상과 비유들의 집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언젠가는 다시 말날 수도 있다는 일말의 희망의 끈도 놓지 않는다. “시간과 공간이 휘어버린 그런 행성 하나쯤 있다면” 혹여 다시 재회할 수 있다고 본다.
이밖에 ‘북 치는 소년’, ‘마른 발목이 보인다’, ‘늦가을 저 갈가마귀는’, ‘하늘의 소리를 엿듣다’ 등의 작품은 간결하면서도 문기가 가득하다. 시인의 심상에 드리워진 순하면서도 애틋한 감성이 오랜 여운을 준다.
호병탁 문학평론가는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밝고 환한 정서와는 거리가 먼 슬프고 어두운 분위기다”며 “그러나 직선으로 뻗은 대로도 좋지만 산 따라 물 따라 돌아가는 길이 때로는 더 아름다운 것도 사실이 아닌가”라고 평한다.
한편 신 시인은 2013년 ‘문학들’로 등단했으며 시집 ‘물 위의 현’이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