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 제임스 R.해거티 지음, 정유선 옮김
2023년 08월 03일(목) 19:05 가가
“우물쭈물 살다 내 이럴 줄 알았지”(버나드 쇼)
오래전 세상을 떠난 영국의 극작가이지만 그가 남긴 작품 보다 더 ‘유명한’ 게 있다. 바로 묘비명이다. 버나드 쇼는 재치있고 익살스러운 글을 묘비에 새겨 삶과 죽음의 의미를 일깨웠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부고전문기자인 제임스 R.해거티가 쓴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는 이런 묘비명과 비슷한 맥락에서 삶의 화두를 던진다. 국내에선 다소 생소한 부고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책에서 (묘비명을 넘어) 독자들에게 자신의 부고를 직접 당장 써보라고 권한다. 평범하고 특별한 인생사가 없을 지라도 얼마든지 흥미로운 부고기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거다.
실제로 그는 지난 7년간 800여 명의 부고기사를 쓴 전문성과 경험을 살려 어떻게 하면 자신의 부고기사를 잘 쓸 수 있는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삶의 이력을 요약하면서도 그 사람을, 그의 삶을 가장 잘 드러내는 이야깃거리를 풍성하게 담을 것’. 그가 알려주는 ‘부고기사의 노하우’다.
이런 원칙에 기반한 그의 글은 건조하게 사망소식을 알리는 부고와 달리 삶의 굴곡진 여정을 마치 파노라마처럼 보여준다. ‘누구도 나보다 내 부고를 잘 쓸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저자는 ‘나는 이렇게 내 부고를 쓰고 있다’(222쪽)며 실제 작성중인 부고 일부를 실었다. 중학교 체육시간, 자전거 조립 아르바이트 등 흥미진진한 에피소드와 함께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려고 노력했는 지 등 심오한 내용까지 망라돼 있다.
책장을 덮는 순간, ‘내 부고 기사는 어떻게 쓸까’라는 고민이 절로 생긴다. 하지만 너무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지금 이순간의 삶을 소중히 여겨 충실하게 살아가면 되기 때문이다. <인플루엔셜·1만8000원>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오래전 세상을 떠난 영국의 극작가이지만 그가 남긴 작품 보다 더 ‘유명한’ 게 있다. 바로 묘비명이다. 버나드 쇼는 재치있고 익살스러운 글을 묘비에 새겨 삶과 죽음의 의미를 일깨웠다.
실제로 그는 지난 7년간 800여 명의 부고기사를 쓴 전문성과 경험을 살려 어떻게 하면 자신의 부고기사를 잘 쓸 수 있는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삶의 이력을 요약하면서도 그 사람을, 그의 삶을 가장 잘 드러내는 이야깃거리를 풍성하게 담을 것’. 그가 알려주는 ‘부고기사의 노하우’다.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