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 찬란한 역사…삼보종찰 ‘인장’ 조명하다
2023년 08월 03일(목) 00:00
양산 통도사, 합천 해인사
순천 송광사 ‘인장’ 한자리에
송광사 성보박물관 ‘인장전’ 펴내
우리나라 불교에는 불(佛), 법(法), 승(僧)으로 대변되는 삼보종찰이 있다. 부처님 사리를 봉안한 곳을 불보종찰(양산 통도사), 고려대장경을 보관한 곳을 법보종찰(합천 해인사), 고승을 많이 배출한 승보종찰(순천 송광사)은 유서 깊은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절이다.

삼보종찰에는 유서가 깊은 만큼 다양한 문화재가 많다. 현판이나 시판, 불화, 인장(印章) 등은 불교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자료들이다. 그 가운데 인장은 단순히 문서에 도장을 찍는 도구가 아닌 시대의 역사가 응결된 성보 가운데 하나다.

삼보종찰의 인장을 한데 모은 자료집이 최근 발간돼 눈길을 끈다.

이번 책은 지금까지 주요 문화유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인장을 조명하고 역사적인 기록물을 한데 엮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현봉 조계총림 방장스님은 격려사에서 “불교에서는 ‘심인’(心印)이라는 말이 있는데 말 그대로 ‘마음의 도장’입니다. 부처님이 대중들에게 꽃을 들어 보이시니 가섭존자만이 그 뜻을 알고 웃음 지었다는 염화미소(拈華微笑)의 이심전심(以心傳心)을 일러 심인을 전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유형의 도장이 나의 의사를 확인하는 것이라면 심인은 무형의 도장으로 나의 마음을 전하는 일입니다”라고 언급했다.

책에는 70여 점의 사찰 인장뿐 아니라 보관했던 목재와 인장함 등이 소개돼 있다. 다양한 공예적 특징은 물론 소재 등을 파악할 수 있으며 불상의 몸에 봉안했던 발원문과 상량문, 포교사 임명장 등 각종 공문서 기록 등도 담고 있다.

책은 불보종찰 통도사 인장, 해인사 인장, 송광사 인장 등 순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통도사에는 경남유형문화재으로 조선후기에 제작된 ‘불종찰원장인’, ‘경상남도수사찰지인’, ‘총섭신장’ 등의 인장이 소개돼 있다. 301년 신본스님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양산 신흥사의 인장도 만날 수 있다.

또한 조선시대 아전들은 상급관청에 공문을 보낼 때 사서가 아님을 표시했던 ‘방위’(防僞)라는 두 글자를 찍어 보냈는데, 원래는 ‘방위사통’(防僞私通)의 준말에서 유래됐다. 책에서 만나는 ‘방위’(防僞)라는 인장은 당시의 문화를 가늠할 수 있는 자료다.

나무와 상어가죽 등으로 만든 ‘인장함’은 정교하면서도 실용적이다. 접합 부분을 황동으로 만든 꽃모양의 이음새를 부착한 점이 특징이다.

해인사에는 ‘불법승보’, ‘법종찰총섭인’, ‘해인사인’ 등의 인상이 소개돼 있다. 불법승보 인장의 몸통에 선각된 글자는 시대의 연원을 담고 있다. ‘천순원년(1457, 세조 3년) 팔월일 만듦’이 새겨져 있어 당대 스님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또한 해인사 원당암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아미타여래, 관음보살, 지장보살)은 15세기에 조성된 불상으로, 이곳에서는 불상복장기문이 아미타불상에서 발견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밖에 해인사의 창건 연원과 대장경 인경과 관련된 여러 사실을 기록한 ‘가야산해인사고적’도 만날 수 있다. 조선 세조 때 왕명으로 50부를 인경해 전국 사찰에 배포했는데, 사용된 물품의 목록 등이 상세히 기재돼 있다.

송광사 팔각인장함
송광사에는 ‘불법승보 인’, ‘승종찰원장인’, ‘전남도섭리장’, ‘송광사인’ 등이 소개돼 있다.

특히 고려시대 제작된 ‘사자모양 손잡이도장’은 도장 손잡이에 십이지, 도깨비, 나비 모양 등 다양한 형태를 조각한 것이 특징이다.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고흥 금탑사의 ‘금탑사주지인’, 우리나라 최남단에 있는 해남 미황사의 ‘미황사주지인’, 조선후기에 제작된 광주 증심사의 ‘증심사인’도 눈길을 끈다.

한편 책 발간을 기념해 송광사 성보박물관에서 ‘삼보종찰(三寶宗刹) 인장전’이 오는 15일까지 열리고 있다. 통도사 소장 성보 17점, 해인사 소장 성보 27점, 송광사 소장 성보 30점 등 70여점의 인장과 인장함, 관련자료 성보를 만날 수 있다.

송광사 주지 자공 스님은 “가치를 모르는 사람에겐 적고 볼품없는 인장일 수 있지만, 그 인장이 가지고 있는 권위와 상징은 한국불교의 찬란한 역사를 한 몸에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라고 강조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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