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기림의 날’ 제정 의미 벌써 잊었나
2023년 08월 03일(목) 00:00
광복절 하루 전인 8월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기림의 날’이다. 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1991년 8월 14일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정부가 2017년 국가 기념일로 지정했다.

이때부터 정부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들이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곳곳에서 기념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광주시도 2017년부터 매년 8월 14일 기림의 날을 맞아 조촐하게 나마 기념행사를 열어 왔다. 하지만 올해부터 광주시가 기념행사를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해 논란을 낳고 있다.

광주시는 행사 중단 이유로 2019년 곽예남 할머니가 별세함에 따라 지역에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가 없고, 관련 시민단체 중 행사를 주관할 곳이 나타나지 않아 개최 당위성이 퇴색됐다고 밝히고 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궁색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5·18 도시’로서 연대와 평화, 나눔의 ‘광주 정신’과 배치된다. 광주시는 중앙 정부와 광주 지역 5개 자치구가 기념행사를 하고 있고, 광역시 가운데 대구를 제외하고 부산·인천·대전·울산 모두 기념행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항변하고 있지만 옹색하게만 느껴진다.

행사 중단을 결정하게 된 과정도 문제다. 광주시는 기념행사와 관련된 시민단체 다섯 곳에 행사 주관을 의뢰했다고 하지만 달랑 전화 한 통화로 참여 여부만 물었다. 한 단체는 아예 연락조차 받지도 못했다고 하니 광주시의 의사 결정 과정이 얼마나 허술했는지 알 수 있다.

기념행사가 관 주도가 아닌 민간 중심으로 이뤄졌으면 하는 광주시의 생각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면 더더욱 신중하게 의사를 묻고 행사가 끊기지 않고 안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순서였다. 광주시는 위안부 기림의 날 제정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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