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북캉스 키워드는 ‘H.O.T’
2023년 08월 01일(화) 20:35
H Heavy 벽돌책
O Original 원작
T Travel·Therapy 여행과 치유
예스 24 여름 독서시장 분석
장편·원작소설, 인문서 인기
올 여름 북캉스는 ‘H.O.T’와 함께.

책(북)을 읽으며 휴가(바캉스)를 보내는 것을 ‘북캉스’라고 한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책을 읽으며 사색의 시간을 갖고자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올해 휴가 키워드가 ‘H.O.T’로 선정되면서 눈길을 끈다.

‘H.O.T’는 그룹 ‘HOT’가 아니라 ‘벽돌책(Heavy)’, ‘원작(Original)’, ‘여행과 치유(Travel & Therapy)’를 의미하는 약자다.

예스24는 1일 올 여름 서점가의 북캉스 키워드로 ‘HOT’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예스24 관계자는 “해외 여행이 증가하면서 비행기 안에서 읽을 만한 장편소설이나 화제를 모은 작품의 원작소설을 가져가”는 현상이 일반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설 인문분야는 2022년 5~6월 대비 7~8월 증가율이 각각 25%, 6.9% 증가했다.

또한 앞서 언급한 대로 ‘벽돌책(Heavy)’과 장편소설의 관심이 늘었다. 사실 휴가라 해서 가볍고 속도감 있는 책만 읽는다는 것은 예전 이야기다. 북적북적한 휴가지 대신 호텔이나 집에서 혼자만의 사색의 시간을 즐기며 그동안 읽지 못했던 책을 읽는 독자들도 많다.

예스24의 집계 결과를 보면 벽돌책의 인기가 두드러진다. 보통의 책 두께와 달리 벽돌책은 700여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책을 말한다. 대표적인 책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들 수 있다.

‘코스모스’는 지난달 3주차까지 판매가 꾸준히 증가했으며 ‘총, 균, 쇠’는 7월 인문 분야 월별 베스트셀러 9위, 4주차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 13위를 기록했다.

칼세이건은 ‘코스모스’에서 우주의 탄생을 비롯해 은하계의 진화, 태양의 삶과 죽음 등을 흥미롭게 기술했다. 현대 천문학을 대표하는 저명한 과학자인 저자는 난해한 개념을 명쾌하게 풀어낸다. 무엇보다 수 백장의 사진과 일러스트는 읽는 맛을 더해준다.

세계적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는 인류 문명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담은 책이다. ‘왜 어떤 국가는 부유하고 어떤 국가는 가난한가?’ 등의 질문을 생물학과 지리학, 인류학, 역사학 등 학문의 융합을 매개로 이야기한다. 유발 하라리(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역사학 교수)는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어떻게 과학자가 역사의 큰 질문을 탐구하고, 글을 이해하기 쉽게 쓸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평한다.

이밖에 에이모 토울스의 장편 ‘모스크바의 신사’의 판매량도 7월 첫째주 전주 대비 100%의 판매 증가율을 기록하며 휴가철과 맞물려 인기를 끌었다. 현대적인 배경과 매력 있는 인물을 등장시켜 문학적 성취와 상업적 성공을 거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올 여름에는 드라마와 영화 흥행에 힘입어 원작 소설도 인기를 끌고 있다. 휴가철에 가장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은 당연히 소설이다. 영화와 드라마의 인기와 맞물려 원작인 소설과 비교해가며 읽으려는 독자들이 늘었다는 방증이다.

예스24에 따르면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의 원작 소설 ‘마당이 있는 집’은 드라마 종영 이후에도 7월4~5주차 공포/스릴러 분야 베스트셀러에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드라마는 지난 6월 첫 방영 후 전주 대비 판매량이 약 7.5배 급증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첫 방영 이후 5월 대비 6월 판매량이 39배 증가한 서스펜스 스릴러 드라마 ‘행복배틀’의 원작 소설 ‘행복배틀’도 7월 3~4주차 공포/스릴러 베스트셀러 순위에 각각 5위와 9위에 올랐다.

휴식을 테마로 한 도서들도 서점가에 앞다퉈 쏟아지고 있다. 재충전을 위한 책들과 함께 휴가를 보내고자 하는 독자들을 겨냥한 기획으로 보인다.

예스24는 김연수 작가의 ‘너무나 많은 여름이’와 마거릿 케네디의 ‘휴가지에서 생긴 일’을 추천했다.

‘너무나 많은 여름이’는 지난 2021년 10월 제주도에서부터 2023년 6월 창원까지 서점, 도서관에서 만난 독자들을 대상으로 낭독했던 20편의 단편소설집이다.

‘휴가철에 읽으면 좋은 서스펜스’ 소설인 ‘휴가지에서 생긴 일’은 영미 문학계에서 재조명되고 있는 마거릿 케네디의 소설이다. 1947년 여름, 영국의 해변 휴가지 콘월을 배경으로 다채로운 인간 군상을 만날 수 있다.

아울러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eBook 구독서비스 크레마클럽의 이용률도 크게 늘어났다. 올해 7월 크레마클럽 방문자수 및 다운로드 건수는 전월 동기간 대비 각각 29.5%, 75.5%로 증가했다.

예스24 관계자는 “인문 분야 벽돌책, 드라마 및 영화의 흥행으로 원작 소설, 재충전을 위한 휴식 테마의 소설들이 올 여름 서점가를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