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의 반전 매력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2023년 07월 27일(목) 00:00
지난 2021년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화제를 모은 인물은 일본 출신 피아니스트 스미노 하야토(28)였다. 그 어떤 악기보다 경쟁이 치열한 피아노 부문의 세계 최고 수준 콩쿠르에서 본선 3차 무대까지 진출했던 그는 ‘비전공자 출신 최초의 쇼팽 콩쿠르 준결승 진출자’로 주목받았다. 그는 공대 출신 피아니스트였다.

세 살 때부터 피아노를 친 스미노는 도쿄대 공대와 대학원에서 정보과학기술을 전공하고 총장상까지 받은 수재다. 구독자 124만 명, 누적 조회 수 1억 5000만 뷰에 달하는 유튜브 채널 ‘카틴’(cateen)을 운영하는 그가 장난감 피아노로 연주한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과 ‘반짝반짝 작은 별 변주곡’ 연주 영상은 1000만 뷰를 넘기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롱티보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이 혁(23)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게 ‘체스’다. 바르샤바 체스국제대회에서 3위에 입상하기도 한 그에게 체스는 “취미 이상”이다. 체스가 체력, 집중력, 논리력을 높여 줘 연주에도 도움을 받는다는 그는 한국 체스계 최초의 그랜드마스터(Grandmaster)를 꿈꾼다. 그랜드마스터는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제외하고 국제 체스 연맹이 부여하는 체스 선수의 최상위 칭호다.

최근 전설적인 록밴드 ‘퀸’의 기타리스트이자 천체물리학자 브라이언 메이(76)가 세계 최초의 3D 행성 지도책을 출간, 화제를 모았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그는 애리조나 대학 단테 로레타 교수와 함께 최초의 완전한 3D 소행성 지도로 평가받는 ‘베누 3D: 소행성의 구조’를 공동 저술했다.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 등 퀸의 히트곡을 작곡한 그는 대학에서 물리와 수학을 전공하고, 지난 2007년 천체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2019년 ‘뉴허라이즌스’호가 인류 역사상 가장 먼 천체에 도달한 업적을 기념해 헌정곡을 발표하기도 했다.

자신의 전문 분야에만 몰두하는 대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의미 있는 성과를 내는 예술인들의 행보가 놀랍다. 한 가지 일을 하면서도 여전히 힘겨운 우리에게는 부러울 따름이다. 이들이 들려주는 음악이 오늘은 다르게 들린다.

/mekim@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