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을 품을 충장 축제에 거는 기대 - 김도일 전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2023년 07월 24일(월) 00:00
축제는 매력적이다. 축제는 공동체성, 일탈성, 경제성, 정체성 등 다양한 가치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축제란 시민이 축제의 주체가 되어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며, 관광 수입의 발생은 축제의 순기능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축제를 완성하는 주체는 참여하는 사람이라는 점일 것이다. 그래서 축제 기획은 축제의 미션은 무엇인가, 왜 그 축제를 기획하게 되었는가, 그리고 그 축제를 통해 참여자가 어떤 프로그램을 즐기고 향유토록 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한다.

올해 20회를 맞이하는 충장 축제가 축제성과 관광 콘텐츠로서의 가치 연계를 통해 글로벌 콘텐츠로 변화를 시도한다고 한다. 2004년 충장로 상권회복과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도심형 축제로 시작하여 광주 충장로 축제, 추억의 7080 충장 축제, 추억의 충장 축제, 추억의 광주 충장 월드페스티벌에 이르기까지 ‘추억’을 주제로 성장해 왔다.

올해는 ‘추억’에 ‘빛고을 광주의 가치’와 ‘광주 사람이 품은 빛’을 더해 광주다운 축제로 거듭나겠다고 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행사는 스페인 발렌시아 라스 파야스(Lass Fallas) 축제의 ‘마스클레타’를 벤치마킹해 수천 발의 폭죽을 쏘아 올려 1980년 5월 광주 ‘금남로의 아픈 기억’을 위로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충장 축제의 가장 큰 변화는 80년 5월의 광주 5·18 항쟁을 추억 속에 탑재하여 광주 정신의 미래화를 위한 축제로 만들어간다는 점일 것일 것 같다.

5·18의 주요 행사는 기념식과 전야제 행사가 있다. 5월 행사는‘추모’와 ‘기억’을 기반으로 제의·의례적 성격을 지니며 공동체와 연대 의식을 형성하여 왔다. 특히 전야제 행사는 과거 5공 정권의 감시 속에 산발적 형태로 진행된 추모 행사가 1980년대 중반부터 점차 행사의 형식을 갖추어 나가기 시작했고, 이후 문화와 결합해 1990년 5·18 전야제가 금남로에서 처음 개최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그동안 전야제 행사는 의례·투쟁·문화 예술로써 80년 5월의 기억을 재생산하고 광주만의 독특한 5월 문화 형성과 정체성 확립에 일조하였다. 그러나 시대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5월 행사의 정치성과 저항성을 회복·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고, 5월 전야제 행사의 의례화에 대한 한계를 제시하며 전국적인 축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는 5·18 전야제 행사가 광주 5월을 대표하는 문화 행사로, 전야제의 상징성을 보다 확대하고 발전시켜 넓은 범위의 시민 참여를 통해 5월 항쟁의 의미와 기억이 유지·확장되도록 하자는 바람이라고 본다.

광주 5·18은 국가 폭력과 죽음이라는 이미지로 연결되어 있지만 6월 민주 항쟁의 기반이 되었으며 군부 독재의 종식과 함께 정치 발전을 이끈 동력으로 민주주의와 생명, 인권과 정의와 평화를 지킨 자랑스러운 역사이다. 그러나 세상은 급속한 정치 격변과 경제 성장의 시기를 격으며 경제적인 면면만이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배경이 전혀 다른 여러 세대가 한 사회에 공존하고, 연령별 세대 간에 전통적 문화에 대한 문화적 가치나 소비 양식의 차이가 나타나면서 광주 5월에 대한 이해 가치도 다양하다. 이에 축제는 공동체 의식 형성을 통해 가치를 통합하는 훌륭한 매개이며 기제로서 의미가 높다.

세계 유명 축제의 여러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축제와 도시의 정체성을 연계하며 가치(value)를 입히는 것이다. 시대를 대변하는 가치를 내포한 축제는 많은 사람들을 축제의 마니아로 만들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되고 특정 가치 및 정신이 축제로 승화되는 경우가 많다. 광주 5·18과 정신은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겠는가.

5·18 전야제와 충장 축제는 시의성과 형식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지향하는 가치의 본질은 같으며 다양성과 함께 발전시킬 광주의 자산이다. 축제 장소 금남로는 민주주의를 위해 시민들이 피를 흘렸던 상징의 공간이다. 금남로는 지난 시간 속 서사가 이야기하듯 우리의 삶과 다양한 관계를 맺어 왔다. 역사가 배어 있는 것이다. 금남로가 추억의 의미만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동시대의 가치가 축적되는 장소이기를 희망하며 충장 축제에 기대를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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