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 왜 필요한가 - 김지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광주지역본부 기업지원부장
2023년 07월 21일(금) 00:00
올해도 벌써 절반이 지났다. 지난 4년간의 암울했던 코로나 시절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내 몸의 일부처럼 착용하고 있던 마스크를 막 벗었을 때 느꼈던 허전함도 잠시, 이제 다시 마스크를 잠시라도 쓰려면 엄청 답답함을 느낀다. 우리는 상황에 따라 무언가를 잘 받아들이기도 하고 불편해하기도 한다. 우리가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렇다면 장애에 대한 인식은 우리 의식의 어느 지점에 와 있을까?

직장 내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은 산업 안전 보건 교육,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 등과 더불어 5대 법정 의무 교육에 포함된다.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인식 개선을 통해 사회적으로 장애인의 인권 및 장애인 고용을 증진시키기 위해서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비장애인이 장애인에 대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단어가 불편, 부족, 공포, 두려움 등이라고 한다. 어디서부터 이런 편견이 유래되었는지는 얼마나 많은 우리말의 속담이나 표현 속에서 부족하고, 불편하고, 불완전한 것을 표현할 때 장애와 관련된 표현을 사용하는지를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비장애인이 갖는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장애인 고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2021년 기준 장애인 고용률을 보면 전체 인구 고용률 61.2%에 비해 34.6%로 현저히 낮게 나타난다. 장애인 채용 계획이 없는 사업체에 그 이유를 조사해 보니 장애인을 고용할 적합한 직무가 부족해서(52.6%), 능력을 갖춘 장애 인력이 부족해서(33.0)라고 답한 경우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실제 ‘장애인인데 일을 잘할 수 있을까?’ ‘함께 일하는데 위험하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을 가진 사업주나 인사 담당자를 종종 마주칠 때가 있다. 장애인 고용이 채용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용 후 직장 내에서 적응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인식 개선은 비장애인이 장애인에 대해 갖는 부정적인 시각을 긍정적으로 전환하여 일할 수 있는 장애인에게 일할 기회를 주고 더불어 원만한 직장 생활을 유지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장애인 고용 촉진 및 직업 재활법’ 등 장애인의 권리 보장과 인권을 위한 법들이 제정되고 수없이 개정되어 왔지만, 실상 장애인 고용의 현실은 편견과 선입관 등 부정적인 인식의 벽에 여전히 가로막혀 있다. 법 보다 인식 개선이 절실한 이유이다.

직장 내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이 의무 교육화 된 지는 벌써 15년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의무 교육은 교육 미실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법 개정 이후인 2018년부터 실시되었다. 모든 사업주와 근로자는 1년에 한 시간의 직장 내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 교육을 원하는 5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주는 공단이 제공하는 직장 내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을 무료로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인식 개선 전문 강사와 더불어 파트너 강사로 장애 당사자가 함께 동행하여 교육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다. 파트너 강사들은 본인의 직장 생활 경험을 들려주기도 하고, 노래나 연주 등 공연을 곁들이기도 한다. 파트너 강사가 주는 반향이 상당히 크다. 아마도 짧은 시간이지만 장애에 대한 편견을 풀고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공감하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장애 출현율은 5.1%이다. 여섯 가구 당 한 가구는 장애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장애 발생 원인 중 88.1%가 후천적 원인에서 기인하는 것을 보면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장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실정이다. 흔히 ‘장애인’의 상대말로 ‘비장애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필자는 ‘비(非)장애인’을 ‘비(備)장애인’이라고 설명한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 예비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결국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은 우리 모두를 위한 교육이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위해 노력한다면 진정한 장애인 인식 개선이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인식 개선으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걷고 그 능력을 보려는 노력, 장애를 차별이 아닌 다름으로 인정하려는 노력이 더 확대되어, 더 많은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더불어 함께 일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이를 통해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이 나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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