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아, 놀러 가자 - 강정희 강진대구중 교사
2023년 07월 20일(목) 00:00 가가
학교 밖에 나가면 아이들은 달라진다. 네모난 교과서와 액정 화면에서 글과 사진으로 검색한 것들을 현장에서 오감으로 받아들이며 자신의 세계를 채색한다. 사람들이 다듬어 가꾼 문화 공간과, 있는 그대로의 대자연 속에서 아이들은 깊은 호흡을 하며 눈을 반짝인다. 그 과정에 부모와 교사가 동행한다면 내용은 풍성해지고 빛깔은 더욱 다채로워지리라. 온 마을, 온 나라가 아이들을 기르는 데 정성을 기울여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아이들과 많은 어른을 만났다. 시인 소설가 화가 연극인 가수…. 그중 이해인 수녀님은 오래전에 뵈었지만, 아이들이 지금도 잊지 않고 이야기를 하는 분이다. 수녀님은 내게도 닯고 싶은 멋진 어른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기말고사가 끝났다. 나이스 성적 처리 마감 버튼을 누르고, 아이들과 학교 밖으로 놀러 나갈 궁리를 한다. 방과 후 활동과 보충 수업이 없기에 여름방학 전까지 2주 동안 오후 시간 여유가 있다. 카페 독서, 문화 마실, 음악회와 미술 전람회, 1박 독서 캠프 등을 마구마구 계획한다. 그동안 단체 톡방에 아침과 저녁 독서 기록을 꾸준히 올린 독서 천사들에게 알림을 보낸다. ‘나랑 놀러 갈 사람!?’
그리하여 첫 나들이는 강진읍. 군 도서관에서 회원증을 만들고 자율 대출 반납기 이용법을 배운다. 세상에, 책 열 권을 한 달 동안 대출할 수 있단다. 책 십만 권이 있는 도서관을 통째로 선물한 셈이다. 식당에서 저녁밥을 먹고, 서점에서 갖고 싶은 책을 사고, 노래방에서 넉넉히 시간도 준다. 교육청에 신청한 동아리 예산이 든든하게 있으니 활동비는 걱정 없다. 노래방 로비에서 동전을 넣고 농구공 게임을 했는데, 내가 너무 잘해서 아이들이 깜짝 놀랐다.(으쓱^^)
다음날 강진만 가고 싶은 섬 가우도에 간다. 통유리로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파스타를 먹고 예쁜 잔에 음료도 마신다. 소파에 기대어 책을 조금 읽고(내가 개발한 ‘카페 독서’) 주변을 산책한다. 벤치에서 책을 읽는 나를 두고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가우도를 향해 출렁다리를 건넌다. 뒷모습이 가뭇하게 멀어지는데 문득 꿈결인 듯 합창 소리가 들려온다. “선생님, 사랑해요” 녀석들.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나 나도 외친다. “나도 사랑해.” “선생님, 감사해요.” 어느새 서늘해진 저녁 무렵 부드러운 바닷바람이 불어와 한 학기 동안 힘들었던 순간들이 훨훨 사라지고 가슴이 뭉클 내려앉는다.
다리 위로 마중을 간다. 자 이제 가우도 노래방이다. 반주는 강진만 파도 소리, 바다 노래를 골라 부른다. 나는 ‘바위섬’과 ‘섬집 아기’를 불러 준다. 아이들은 요즘 노래 중 내가 아는 곡이 있는지 묻더니 ‘조개 껍질 묶어’를 부르기 시작한다. 기타반에서 배웠다고 한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교련 선생님에게 배운 손동작을 가르쳐준다. ‘연가’도 부른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이런 옛노래가 다시 유행하기라도 한 걸까? 옛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노래를 세월이 흐르고 흘러 이렇게 내 아이들과 다시 부르게 될 줄이야. 어둑해진 산 아랫마을에 불빛이 다정하다.
‘정년이 낼모레인데 아직도 그러고 다니는가ㅠ?’ 방학 계획과 안부를 묻는 동생의 문자다. 내년 2월이 정년이니, 낼모레는 아니고 이제 한 학기가 남았다. 하지만 ‘내일모레’가 몇 번 지나면, 그 여섯 달이 금방 사라지고 2월이 다가올 것이므로 ‘내일모레’는 틀린 말이 아니리라. ‘이제 곧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일이니 맘껏 해야지ㅎ.’
이제 한 달여의 여름방학이 시작한다. 장맛비도 우리 길을 막지는 못하리.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우리 동네 골목마다 도서관 박물관 책방 갤러리 카페에서 북토크 사인회 낭독회 전시회가 깨알같이 열리고 있다.
이른 저녁을 먹고 크록스를 신은 채로 아이와 동네 마실을 가자. 문화와 예술로 아이의 세계를 채워 주자. 훗날 세상의 풍랑을 늠름하게 건너갈 단단하고 아름다운 배를 아이에게 선물하자. 지금 여기서 당장 행복해지는 소소한 여행, 아이의 방학을 예술로 만드는 동네 마실, 삶은 여행이다. 삶은 예술이다. 뭐라고? 여행과 예술을 삶아버렸다고!
기말고사가 끝났다. 나이스 성적 처리 마감 버튼을 누르고, 아이들과 학교 밖으로 놀러 나갈 궁리를 한다. 방과 후 활동과 보충 수업이 없기에 여름방학 전까지 2주 동안 오후 시간 여유가 있다. 카페 독서, 문화 마실, 음악회와 미술 전람회, 1박 독서 캠프 등을 마구마구 계획한다. 그동안 단체 톡방에 아침과 저녁 독서 기록을 꾸준히 올린 독서 천사들에게 알림을 보낸다. ‘나랑 놀러 갈 사람!?’
다리 위로 마중을 간다. 자 이제 가우도 노래방이다. 반주는 강진만 파도 소리, 바다 노래를 골라 부른다. 나는 ‘바위섬’과 ‘섬집 아기’를 불러 준다. 아이들은 요즘 노래 중 내가 아는 곡이 있는지 묻더니 ‘조개 껍질 묶어’를 부르기 시작한다. 기타반에서 배웠다고 한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교련 선생님에게 배운 손동작을 가르쳐준다. ‘연가’도 부른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이런 옛노래가 다시 유행하기라도 한 걸까? 옛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노래를 세월이 흐르고 흘러 이렇게 내 아이들과 다시 부르게 될 줄이야. 어둑해진 산 아랫마을에 불빛이 다정하다.
‘정년이 낼모레인데 아직도 그러고 다니는가ㅠ?’ 방학 계획과 안부를 묻는 동생의 문자다. 내년 2월이 정년이니, 낼모레는 아니고 이제 한 학기가 남았다. 하지만 ‘내일모레’가 몇 번 지나면, 그 여섯 달이 금방 사라지고 2월이 다가올 것이므로 ‘내일모레’는 틀린 말이 아니리라. ‘이제 곧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일이니 맘껏 해야지ㅎ.’
이제 한 달여의 여름방학이 시작한다. 장맛비도 우리 길을 막지는 못하리.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우리 동네 골목마다 도서관 박물관 책방 갤러리 카페에서 북토크 사인회 낭독회 전시회가 깨알같이 열리고 있다.
이른 저녁을 먹고 크록스를 신은 채로 아이와 동네 마실을 가자. 문화와 예술로 아이의 세계를 채워 주자. 훗날 세상의 풍랑을 늠름하게 건너갈 단단하고 아름다운 배를 아이에게 선물하자. 지금 여기서 당장 행복해지는 소소한 여행, 아이의 방학을 예술로 만드는 동네 마실, 삶은 여행이다. 삶은 예술이다. 뭐라고? 여행과 예술을 삶아버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