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레이디 - 임동욱 선임기자 겸 이사
2023년 07월 18일(화) 00:00 가가
퍼스트레이디(First Lady)는 선출직 대통령이나 총리의 부인을 이르는 말이다. 국가수반의 부인으로서 의전과 예우 규정은 있지만 법적으로 어떤 권한이나 의무도 규정되지 않은 자리다. 하지만 퍼스트레이디가 갖는 정치·사회적 역할은 상당하다. 대통령에 대한 사적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정권의 이미지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쳐 ‘숨은 권력’으로 꼽히기도 한다. 따라서 시대와 민심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절묘한 정무 감각이 요구된다.
단순 내조 역할을 넘어 약자 배려와 사회 통합 등에 적극 나서며 호평을 받았던 퍼스트레이디들도 많다. 미국 재건의 한 축이였던 엘리너 루스벨트, 여성 인권운동을 주도한 베티 포드, 마약 퇴치 운동에 나선 낸시 레이건, 의료보험 개혁에 나선 미셸 오바마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러시아의 무력 침공으로 인한 참혹한 전시 상황을 전 세계에 알리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호소하고 있는 올레나 젤렌스카도 세계적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육영수·이휘호 여사가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영부인으로 꼽히고 있다. 육 여사는 나환자 등 사회적 약자 돌보기에 나서는 한편, 박정희 대통령에게 민심의 소리를 가감 없이 전하는 등 ‘청와대의 야당’ 역할을 하며 민심의 지지를 받았다.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로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뤄낸 이 여사도 국민의정부에서 여성부 설립 등에 적극 나서며 한국 여성의 권리를 높였다는 호평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행한 김건희 여사가 리투아니아에서 명품 쇼핑에 나선 것을 두고 파장이 커지고 있다. 막대한 혈세가 투입된 해외 순방에서 김 여사가 고가 브랜드 편집 숍을 방문한 것만으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폭우 피해가 속출하고,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김 여사 일가에 대한 특혜 의혹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도 간단치 않다. 대통령실은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단순 해프닝으로 흘러가기를 바라는 분위기로 읽힌다. 하지만 정직과 겸손은 퍼스트레이디의 기본 덕목이다. 이는 정권에 대한 민심의 신뢰로 이어진다. 김 여사가 명품 쇼핑 논란에 대해 솔직한 입장을 밝히고 성찰과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tu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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