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탄 - 박성천 문화부장·편집국 부국장
2023년 07월 10일(월) 00:00 가가
지난 1997년 제작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은 개봉 당시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켰던 영화다. 아카데미 최다 11개 부문 수상을 비롯해, 전미 박스오피스 15주 연속 1위라는 기록이 말해 주듯 영화는 세계의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1912년 실제 있었던 타이타닉 침몰 사건을 모티브로 극적인 상황과 사랑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역동적인 서사로 그렸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은 타이타닉 1등실에 승선한 로즈(케이트 윈슬렛)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로즈에게는 재력의 약혼자가 있다. 금지된 사랑이 더 불타오르듯 잭과 로즈는 강렬한 감정에 사로잡히고 만다. 운명의 사랑이라 믿은 두 사람에게,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점점 다가온다. 거대한 빙산이 배를 향해 다가오고 마침내 빙산과 충돌한 배는 차가운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만다.
1912년 발생한 침몰을 토대로 제작된 영화는 전 세계에 비극을 환기했다. 그런데 영화가 그렸던 서사와는 다르지만 얼마 전에도 당시처럼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대서양에 가라앉은 타이타닉호를 보기 위해 잠수정 타이탄에 승선했던 승객들이 모두 숨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저 4000m까지 내려갈 수 있게 설계된 잠수정이 침몰한 것은 외부 압력에 의해 구조가 붕괴되는, 이른바 내파 때문으로 추정한다.
타이타닉호나 타이탄이나 안타까운 인명 사고임에는 틀림없다. 한가지 씁쓸한 것은 이번 잠수정 사고는 ‘익스트림 관광’(극한 관광) 차원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점이다. 막대한 재력이 있는 갑부들은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목숨을 건 체험을 감행하는데, 이번 잠수정 여행도 1인당 비용이 25만 달러(약 3억 2500만 원)에 달하는 초고가 관광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돈으로 극한 관광을 하는 것은 자유다. 미지의 영역과 불가능한 세계에 대한 도전일 수도 있다. 문제는 다른 이의 비극과 고통이 드리워진 현장을 체험이나 관광 명목으로 가는 것이다. 어떤 명분이든 타이타닉호 침몰 관광은 일반인의 정서에는 맞지 않는 것 같다.
/skypark@kwangju.co.kr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돈으로 극한 관광을 하는 것은 자유다. 미지의 영역과 불가능한 세계에 대한 도전일 수도 있다. 문제는 다른 이의 비극과 고통이 드리워진 현장을 체험이나 관광 명목으로 가는 것이다. 어떤 명분이든 타이타닉호 침몰 관광은 일반인의 정서에는 맞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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