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할의 영웅 - 유제관 편집담당1국장
2023년 07월 07일(금) 08:00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한 분야에서 다른 사람이 미치지 못할 경지에 도달 하려면 그 일에 미치지 않고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한국 프로야구 유일한 4할(4할 1푼 2리) 타자인 백인천은 4할 달성 요인을 ‘중독’이라고 말한다. “4할은 기술이나 실력만 갖고 되는 일이 아니다. 관건은 야구 외적인 바이러스들, 즉 페이스를 망치는 우연적인 사건과 술·도박 같은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느냐다. 야구보다 재미있는 일이 없는 중독 단계까지 가야 한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는 평생 8000번 가량 타석에 섰는데, 그 모든 순간이 설레는 모험과 같았다고 말한다. 그는 “타자는 스스로에 미치고, 투수에게 미쳐야 한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윌리엄스가 4할을 친 건 1941년 시즌이다. 마지막 날 경기를 앞둔 그의 타율은 0.39955. 반올림을 하면 딱 4할이었다. 감독이나 주변에서는 꿈의 4할을 만들었으니 출전하지 말라고 권했으나 그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전날 비가 와서 더블헤더로 열린 두 경기에서 무려 8타수 6안타를 쳐 0.406의 대기록을 완성했다.

당시에는 희생 플라이도 타수에 포함시켰기 때문에 오늘날의 규정에 맞춰 계산하면 그의 타율은 4할 1푼이 넘는다.

국가보훈부가 ‘7월의 6·25전쟁 영웅’으로 4할의 전설 테드 윌리엄스를 선정했다. 1952년 5월 메이저리그 선수 생활을 잠시 멈추고 한국전쟁에 참전한 그는 미국 제311 해병전투비행대대 소속 대위로 1년간 총 39회 전투 출격을 기록했다. 특히 평양 남부 지역을 폭격하던 중 대공포에 맞아 파손된 전투기를 몰고 가까스로 기지에 복귀하는 아찔한 위기도 경험했다고 한다. “전쟁 중에 가졌던 가장 큰 두려움은 부상이었다. 상이용사가 되는 건 상관없었다. 하지만 다시 야구를 못하게 되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윌리엄스는 군대에서 전역한 후 메이저리그에 복귀한 1953년 시즌에도 4할(0.407)을 쳤다. 비록 37경기에 출전해 91타수 37안타로 규정 타석엔 한참 미치지 못했지만.

/유제관 편집담당1국장 jk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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