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 야학이 들려주는 이야기- 정희석 5·18민주화운동기록관 학예연구사
2023년 07월 05일(수) 22:00 가가
지난 5월부터 5·18민주화운동기록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는 ‘들불의 기록, 생동의 공간으로’(8월 4일까지)라는 제목의 특별 기획전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22년 들불열사기념사업회가 기증해 준 들불 야학 관련 자료의 연구로부터 시작되었다. 자료에는 들불 야학에서 발간한 문집들과 메모, 노트, 회의록 등 각종 기록물 그리고 사진과 성명서 원본, 투사 회보 등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5·18민주화항쟁 과정에서 가장 앞장서며 희생했던 윤상원, 박관현, 김영철 등 항쟁 지도부에게는 들불 야학이 메모리의 태그처럼 붙어 다닌다. 항쟁 기간 대안 언론, 민중 언론의 역할을 수행하며 시민들에게 분노와 울분, 때로는 희망을 전달해 주던 투사 회보 역시 5·18항쟁을 이야기할 때 뺄 수 없는 부분이다. 들불 야학은 항쟁 기간 강렬한 모습으로 시민들에게 각인되어 지속적으로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생사의 갈림길에서조차 들불 야학 구성원들은 단결된 조직의 모습을 보일 수 있었을까? 희생 정신과 신념, 의지를 모두 갖춘 인격체들이 어떻게 들불 야학에는 화수분처럼 활동을 하고 있었을까? 5·18을 43번이나 마주하였지만, 이처럼 한 발 더 들어간 질문을 던졌던 적은 별로 없었다.
이런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존엄을 실현하는 교육 공간으로서의 들불 야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간의 자존감은 어떤 집단 또는 공동체 안에서 경쟁을 통해 타인을 누르고 올라섰을 때 얻어지는 자존심의 상승과 성취감의 충만으로부터 획득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공교육 현장은 성적 지상주의로 인해 소수의 승리자와 다수의 패배자를 발생시킨다. 소수의 승리자라도 소속 집단이 바뀌면 언제든 다수의 패배자에 속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자존감의 고양은 거의 불가능하며, 개인의 행복을 위한 기반은 공염불이 되는 상황이다. 모두가 패배자로서 자신감이 바닥을 치니, 인간으로서의 존재 이유와 존엄의 가치가 외면당한다.
모두가 자존감이 없으니 타인의 자존감을 무시하는 경향은 전반적으로 퍼져, 학교 폭력과 왕따 문화가 대부분의 학교 현장에서 빈번하게 나타난다. 바로 이런 혼돈의 연쇄를 바로잡고자 한다면 우리는 들불을 한 발 더 깊게 들여 봐야 된다. 들불 야학이 선명하고도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들불에서는 일상적인 상호 인정이 존재했다. 강학도 학생으로부터 배울 수 있고, 학생들도 토론의 과정에서 자신의 오류를 수정하고, 다른 학생으로부터 배울 수 있었다. 또한 서로가 눈빛을 확인하고 동일한 양의 땀을 흘리며 공동의 목표를 달성해가면서, 구성원 모두가 성공 체험을 빈번하게 경험하게 되어, 개인의 자신감과 자부심은 고양되어 갔다.
이런 경험이 어떻게 최고 성적 최고 학부 달성으로 얻게 되는 소수의 허망한 자신감 따위와 비교가 되겠는가! 누군가 우뚝 서야만 빛이 나는 공동체가 아니었으니 서로가 비슷한 목표, 목적을 두고 협력하게 되고, 이런 과정에서 얻는 성취감은 자존감의 고양으로 직결되었다. 서로를 인정하는 인정의 일상화로부터 이어지는 자존감의 고양은 개인의 존엄에 대한 각성으로 이어지게 되고 곧바로 공동체의 끈끈한 유대감으로 발전한다. 이를 증명하듯 당시 학생이었던 한 졸업생은 ‘가족보다 더 애틋했고, 같이 있는 시간이 즐거웠다’라고 추억하고 있다.
오늘의 우리 교육 현장(가정을 포함하여)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 중 하나가 이러한 일상적인 상호 인정이라고 생각한다. 들불 야학은 일상적 상호 인정이 인간 존중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런 과정을 보여주었고, 그것이 실현되었을 때 갖게 되는 공동체의 가치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특별 기획전 ‘들불의 기록, 생동의 공간으로’를 둘러보며, 들불 야학이 속삭이는 이야기를 들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인간의 자존감은 어떤 집단 또는 공동체 안에서 경쟁을 통해 타인을 누르고 올라섰을 때 얻어지는 자존심의 상승과 성취감의 충만으로부터 획득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공교육 현장은 성적 지상주의로 인해 소수의 승리자와 다수의 패배자를 발생시킨다. 소수의 승리자라도 소속 집단이 바뀌면 언제든 다수의 패배자에 속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자존감의 고양은 거의 불가능하며, 개인의 행복을 위한 기반은 공염불이 되는 상황이다. 모두가 패배자로서 자신감이 바닥을 치니, 인간으로서의 존재 이유와 존엄의 가치가 외면당한다.
모두가 자존감이 없으니 타인의 자존감을 무시하는 경향은 전반적으로 퍼져, 학교 폭력과 왕따 문화가 대부분의 학교 현장에서 빈번하게 나타난다. 바로 이런 혼돈의 연쇄를 바로잡고자 한다면 우리는 들불을 한 발 더 깊게 들여 봐야 된다. 들불 야학이 선명하고도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들불에서는 일상적인 상호 인정이 존재했다. 강학도 학생으로부터 배울 수 있고, 학생들도 토론의 과정에서 자신의 오류를 수정하고, 다른 학생으로부터 배울 수 있었다. 또한 서로가 눈빛을 확인하고 동일한 양의 땀을 흘리며 공동의 목표를 달성해가면서, 구성원 모두가 성공 체험을 빈번하게 경험하게 되어, 개인의 자신감과 자부심은 고양되어 갔다.
이런 경험이 어떻게 최고 성적 최고 학부 달성으로 얻게 되는 소수의 허망한 자신감 따위와 비교가 되겠는가! 누군가 우뚝 서야만 빛이 나는 공동체가 아니었으니 서로가 비슷한 목표, 목적을 두고 협력하게 되고, 이런 과정에서 얻는 성취감은 자존감의 고양으로 직결되었다. 서로를 인정하는 인정의 일상화로부터 이어지는 자존감의 고양은 개인의 존엄에 대한 각성으로 이어지게 되고 곧바로 공동체의 끈끈한 유대감으로 발전한다. 이를 증명하듯 당시 학생이었던 한 졸업생은 ‘가족보다 더 애틋했고, 같이 있는 시간이 즐거웠다’라고 추억하고 있다.
오늘의 우리 교육 현장(가정을 포함하여)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 중 하나가 이러한 일상적인 상호 인정이라고 생각한다. 들불 야학은 일상적 상호 인정이 인간 존중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런 과정을 보여주었고, 그것이 실현되었을 때 갖게 되는 공동체의 가치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특별 기획전 ‘들불의 기록, 생동의 공간으로’를 둘러보며, 들불 야학이 속삭이는 이야기를 들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