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재정 갉아먹는 불법 한방병원 뿌리뽑아야
2023년 06월 23일(금) 00:00 가가
광주 지역에 전국에서 가장 많은 불법 한방병원이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공단이 2009년부터 2021년까지 불법 개설 의료기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적발된 전국 63곳 가운데 41%인 26곳이 광주에 소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병원은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의료인 등을 고용하고 그 명의를 도용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사무장 병원’을 뜻한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13년간 전국에서 1698곳의 불법 의료기관이 적발됐으며, 건강보험공단이 이들에게 제공한 요양 급여 비용은 3조 3674억 원에 달했다. 광주에서는 병원·요양병원·의원·약국 등 총 74곳, 전남에서는 45곳이 불법 기관으로 밝혀졌다. 특히 광주는 한방병원 분야에서 사무장 병원이 26곳이나 영업 중이었고, 이들에게 부과된 환수 결정 금액은 276억 원이었다.
광주 지역에 사무장 한방병원이 난립하는 이유는 타 지역에 비해 한방병원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기준 광주 한방병원은 85개소로, 서울의 87개와 맞먹는다. 이는 광주 인근에 한의학·보건행정·보험 관련 전공 학생들이 많은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학생들이 취업할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사무장 병원과 같은 유혹에 빠질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불법 의료기관으로 인한 피해가 지역민들 몫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이들 사무장 병원의 목적은 의술이 아니라 영리 추구인 만큼 환자의 건강보다는 병원의 수익을 우선시해 보험 사기도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무장 병원의 불법 행위는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주범이다. 따라서 지자체는 병원 설립에 대한 인·허가 심사를 강화하고, 수사 기관은 철저한 단속을 통해 더 이상 사무장 병원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