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 높아가는 세계 속 ‘한국 문학’
2023년 05월 24일(수) 20:10 가가
세계 3대 문학상 ‘부커상’
천명관 ‘고래’ 아쉬운 고배
‘채식주의자’ 이후 선전 잇따라
한국적 서사, 번역·출판 ‘과제’
천명관 ‘고래’ 아쉬운 고배
‘채식주의자’ 이후 선전 잇따라
한국적 서사, 번역·출판 ‘과제’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수상작은 불가리아 작가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의 ‘타임 셸터’(Time Shelter)로 결정됐다.
기대를 모았던 천명관 소설가의 ‘고래’는 안타깝게 수상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그러나 최종후보 6편에 든 것만으로도 한국문학의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부커상심사위원회는 23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올해 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작으로 ‘타임 셸터’를 선정했다. 평자들에 따르면 수상작은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유망한 치료법을 제공하는 클리닉을 모티브로 한 서사다.
인터내셔널 부문은 비영어권 작가들의 영어 번역 작품을 대상으로 심사를 한 뒤, 1차 후보로 13편을 발표하고 최종 후보로 6편을 선정한다. 일반적으로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여겨질 만큼 권위를 인정 받는 상이다.
이번 부커상 인터내셔널 후보작에 포함된 천명관의 ‘고래’는 한국문학 또한 세계 독자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고래’ 번역은 뉴욕에서 활동했던 김지영 씨가 맡았다.
문학계 관계자는 “우리에게도 좋은 문학작품이 많은데 그것을 어떻게 번역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사실을 입증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2016년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꼽을 수 있다.
당시 ‘채식주의자’는 데버라 스미스라는 번역가가 번역을 맡았다. 데버라 스미스가 샘플 번역본을 영국 출판사에 보냈으며 대산문화재단이 지원을 해 수상으로까지 이어졌다. 현지 출판사가 상업적 성공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우리 문학 작품을 출판할 수 있었다.
한강의 부커상 수상은 세계무대에 우리의 문학을 알리는 기폭제가 됐다.
이후로도 한강은 지난 2018년 또 다른 소설 ‘흰’이 다시 동일한 부문의 최종 후보에 올라 수상의 기대감을 높였다.
‘흰’은 모두 65편의 이야기로 구성된 작품이다. ‘나’와 ‘그녀’와 ‘모든 흰’이라는 세 개의 장 아래 65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출판사에 따르면 “한 권의 소설이지만 각 소제목, 흰 것의 목록들 아래 각각의 이야기들이 그 자체로 밀도 있는 완성도를 자랑한다”는 것이다.
한강이 닻을 올린 부커상 수상은 이후 2019년, 2022년 우리 작가들이 연달아 후보에 포함되면서 한국문학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2019년에는 황석영의 ‘해질 무렵’이 1차 후보에 올랐다. 소설은 60대의 건축가와 젊은 연출가 의 목소리를 교차하며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보여준다. 부커상 수상을 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품은 2018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 사랑법’도 부커상 1차 후보에 포함됐다. 박 작가의 소설은 한국문학의 중요한 소재로 떠오른 퀴어소설을 다룬 작품이다. 청춘의 사랑과 이별을 유머를 가미한 성찰로 밀도있게 그렸다. 동성애자인 작가 ‘영’이 좌충우돌하며 인생과 사랑을 조금씩 배워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역시 지난해 정보라 작가의 ‘저주 토끼’가 최종 후부에 오르면서 부커상 수상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소설은 세상의 몹쓸 것들을 응징하는 어여쁜 저주 이야기로 SF 판타지를 대표하는 정 작가의 다섯 번째 책이다.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배경을 비롯해 인물, 사건들이 등장하며 작가의 이색적인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 작가들의 작품이 부커상 후보에 포함되는 것은 향후 K컬처에 한국 문학이 새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는 지점이다. 한국적 서사를 어떻게 세계인의 감성에 부합하도록 풀어내고 번역과 출판은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하는지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문학계 관계자는 “한국문학 세계화라는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체계적인 번역가 양성과 번역에 집중한다면 특유의 한국적 서사가 담긴 작품이 세계인들의 선택을 받을 날도 멀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기대를 모았던 천명관 소설가의 ‘고래’는 안타깝게 수상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그러나 최종후보 6편에 든 것만으로도 한국문학의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인터내셔널 부문은 비영어권 작가들의 영어 번역 작품을 대상으로 심사를 한 뒤, 1차 후보로 13편을 발표하고 최종 후보로 6편을 선정한다. 일반적으로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여겨질 만큼 권위를 인정 받는 상이다.
당시 ‘채식주의자’는 데버라 스미스라는 번역가가 번역을 맡았다. 데버라 스미스가 샘플 번역본을 영국 출판사에 보냈으며 대산문화재단이 지원을 해 수상으로까지 이어졌다. 현지 출판사가 상업적 성공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우리 문학 작품을 출판할 수 있었다.
한강의 부커상 수상은 세계무대에 우리의 문학을 알리는 기폭제가 됐다.
이후로도 한강은 지난 2018년 또 다른 소설 ‘흰’이 다시 동일한 부문의 최종 후보에 올라 수상의 기대감을 높였다.
‘흰’은 모두 65편의 이야기로 구성된 작품이다. ‘나’와 ‘그녀’와 ‘모든 흰’이라는 세 개의 장 아래 65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출판사에 따르면 “한 권의 소설이지만 각 소제목, 흰 것의 목록들 아래 각각의 이야기들이 그 자체로 밀도 있는 완성도를 자랑한다”는 것이다.
한강이 닻을 올린 부커상 수상은 이후 2019년, 2022년 우리 작가들이 연달아 후보에 포함되면서 한국문학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2019년에는 황석영의 ‘해질 무렵’이 1차 후보에 올랐다. 소설은 60대의 건축가와 젊은 연출가 의 목소리를 교차하며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보여준다. 부커상 수상을 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품은 2018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 사랑법’도 부커상 1차 후보에 포함됐다. 박 작가의 소설은 한국문학의 중요한 소재로 떠오른 퀴어소설을 다룬 작품이다. 청춘의 사랑과 이별을 유머를 가미한 성찰로 밀도있게 그렸다. 동성애자인 작가 ‘영’이 좌충우돌하며 인생과 사랑을 조금씩 배워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역시 지난해 정보라 작가의 ‘저주 토끼’가 최종 후부에 오르면서 부커상 수상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소설은 세상의 몹쓸 것들을 응징하는 어여쁜 저주 이야기로 SF 판타지를 대표하는 정 작가의 다섯 번째 책이다.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배경을 비롯해 인물, 사건들이 등장하며 작가의 이색적인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 작가들의 작품이 부커상 후보에 포함되는 것은 향후 K컬처에 한국 문학이 새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는 지점이다. 한국적 서사를 어떻게 세계인의 감성에 부합하도록 풀어내고 번역과 출판은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하는지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문학계 관계자는 “한국문학 세계화라는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체계적인 번역가 양성과 번역에 집중한다면 특유의 한국적 서사가 담긴 작품이 세계인들의 선택을 받을 날도 멀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