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출판 세계로 도약 광주 출판 미래는] ‘출판-서점-독자’ 선순환돼야 책 생태계 부활
2025년 09월 21일(일) 19:45
<3> 지역 출판과 동네서점
지역서점, 2022년 기준 전국 2716개
광주 97곳·전남 95곳 ‘전국 최하위’
소비자들, 대형서점·온라인 선호
가계 지출도 서적 구입비 줄어 악순환
가장 기초적 문화공간 ‘동네서점’
작가와의 만남·인문 프로그램 등

동구 소년의서에서 열린 프로그램 장면. <소년의서 제공>

한 권의 책은 한 사람의 삶을 바꿔 놓을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세상을 바꿀 지침서가 되기도 한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문학에 대한 관심과 독서 가치를 환기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지역 출판과 아울러 함께 고민해야 할 지점은 바로 지역서점이다. 지역에서 출판된 서적이 동네서점에서 판매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되어야 궁극적으로 지역 문학, 지역 출판, 지역서점이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출판과 지역서점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조진태 오월문예연구소장은 얼마전 ‘문학들’(79호)에 기고한 ‘책과 문학의 도시 광주를 위한 하나의 상상’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책 생태계는 저자(작가)-출판사-서점, 도서관-독자의 순환구조로 이루어진다”며 “ 생산(저자와 출판사)과 유통(서점)이 활성화되려면 소비(도서관, 독자)가 기본 축인데, 광주전남 지역 사람들의 독서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지역 책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다시 말해 생산자와 유통, 소비자로 이어지는 생태 구조가 그다지 기대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지역 서점의 실태, 매출 규모를 보면 전망이 밝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공동주관해 첫 실시한 ‘2022 지역서점 실태조사’(2023년 발간)에 따르면 전체 서점 수는 2716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광주의 서점은 97개로 전체(2716)의 3.6%로 5개 광역시 가운데 최하위였다.

서울이 533개로 19.6%를 차지하고 있으며 5대 광역시 가운데서는 부산이 7.4%인 201개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대구 5.7%(156), 인천 4.6%(126), 대전 4.5%(122), 울산 2.7%(74), 세종 0.6%(17)개로 나타났다. 광주가 5대 광역시 가운데 꼴찌이며 다른 광역시는 모두 100개 이상이지만, 광주만 100개 이하로 집계됐다.

전남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최하위인 충북 3.0%(81), 제주 3.4%(93), 전남 3.5%(95), 강원 3.6%(99)로 이들 지역은 100개 미만이었다. 경기가 466개로 17.2%로 가장 많은 서점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어 경북 6.2%(168), 경남 5.3%(144), 전북 5.3%(143), 충남 3.7%(101) 순이었다.

이와 맞물려 금융감독원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형서점의 전체 매출액 규모는 지난 2023년 1조 573억원으로 지난 2022년 9811억보다 7.8% 증가했다. 대형서점인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의 매출은 지난 2018년 7314억원보다 2023년 1조 573억원으로 44.6%가 증가했다.

또한 인터넷서점의 매출도 지난 2016년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25.5%)과 2020년(29.9%)에 큰 증가폭을 보이며 2021년 최대 매출규모를 기록했다. 그러나 2022년부터 감소세에 접어들어 2023년 인터넷서점 매출액은 2조 4284억원으로 전년보다 5.5%하락했다.

전일빌딩 245의 북카페.
소비 현황에 있어서도 가계 도서 소비 지출은 줄어드는 추세다. 통계청 가계 동향 조사 ‘가구당 월평균 오락·문화비와 서적구입비 추이 변화’(2013~2023)에 따르면 서적 구입 지출은 2023년 월평균 9508원, 오락·문화비 구성 항목에서 차지하는 구성비는 5.1%로 처음 월평균 1만원 미만의 지출액을 기록했다.

동시에 오락문화비 지출액의 상승과 맞물려 최근 10년 내 가장 낮은 구성비를 기록했다. 그만큼 책을 구매하지 않고 이는 독서율의 저조로 이어지며 지역출판과 서점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2013년의 월평균 서적 구입비는 2만606원으로 구성비는 14.7%이었으며, 오락문화비는 14만440원을 기록했다. 10년 후 2023년 월평균 서적 구입비는 9508원으로 구성비가 5.1%, 오락문화비는 18만7443원으로 조사됐다.

사실 도서 구입은 동네서점 존립 여부에도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다. 그러나 대형 서점, 인터넷 서점 위주로 구매가 이루어지다 보니 동네서점의 상황은 그다지 밝은 편이 아니다.

임인자 소년의서 대표에 따르면 동네서점은 책방지기의 시선으로 큐레이션된 독립출판물, 1인 출판사에서 대형출판사까지 다양한 시선의 책을 만날 수 있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일상의 문화공간이다.

특히 책을 사고 파는 것을 넘어 저자와 독자가 만나는 교류의 장이자, 책을 중심으로 정보와 이슈를 함께 토론하는 토론의 장, 담론의 장의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임 대표는 “소년의서에서도 지역 출판물을 판매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지만 지자체 차원의 별도의 정책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책 읽는 동구’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책을 보급하고 있지만 지역 출판물이 가끔 후보로 선정되기는 한다. 그 외 시 차원에서 별도로 지역 출판을 진흥하는 차원에서 피부로 와 닿는 정책이나 지원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외국의 경우, 특히 폴란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광주극장 폴란드영화제에 참여한 폴란드의 어느 비평가가 인근 소년의서에도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비평가에 따르면 “폴란드에는 현재 도서정가제가 없어 온라인이나 큰 서점에서 할인을 대대적으로 하면서 동네서점 자체가 사라졌다”고 암울한 현실을 전했다.

이처럼 지역 출판, 지역 서점의 활성화는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피부에 와 닿는 지역 정책과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동네책방 숨 내부. <송광룡 심미안 대표 제공>
광주 동구에서도 책정원도서관과 아울러 동네서점 바로대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책을 빌릴 수 있는 제도다. 동네서점은 가장 기초적인 문화공간이기에 실효적인 정책의 유무에 따라 지속가능 여부가 갈리게 된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임 대표는 “공공도서관과의 다양한 연계 정책, 책읽는 동구 프로그램과 같은 독서활성화 프로그램, 저자와 독자가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인문 프로그램 등이 지금보다 더 다양하게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희 서점이 동구에 자리하다 보니 부산, 대구, 포항, 울산, 수원, 인천, 서울 등 다양한 지역에서 방문하시는 방문객들 비율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동네서점과 광주 방문객들을 잇는 정책과 아울러 광주시민들이 책을 읽는 문화도 중요할 것 같다”며 “저자, 출판사, 동네책방 그리고 광주시민들을 풀뿌리에서 잇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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