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여행 성지 전남으로 - 시즌 Ⅱ] 걸음마다 천혜 비경 … 한발한발 ‘秋억 밟기’
2025년 09월 20일(토) 18:00
(12) 가을 걷기·드라이브 명소
차츰 가을옷 갈아 입는 산·들·바다
차 1~2시간 내 거리면 호젓한 풍광 반겨
목포 고하도 바다 위 1080m 해상 보행교 ‘백미’
‘순천만 갈대밭’ 생태 이야기 들으며 걷는 재미 쏠쏠
영광 백수해안도로, 가도가도 푸른 바다 ‘힐링의 시간’

해남 목포구등대 전경.

가을이 훅 들어왔다. 에어컨과 선풍기 바람이 차게 느껴지고 긴 소매 옷을 챙길 만큼 저녁 바람도 선선해졌다. 천연색 물감으로 가을 색이 도는 들녘과 운치있는 숲길을 따라 걷고 싶은 계절이다. 가족·친구·연인과 함께라면 더 필요한 게 뭐가 있을까. 전남에는 승용차는 물론 버스를 이용해 1~2시간 안에 가을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걷기 좋은 길이 적지 않다. 지금 나서라. 짧은 가을, 물들기도 전에 떠나보낼 순 없지 않은가.

◇걸어도, 쉬어도, 뭐든 좋은 길=목포 고하도(高下島)는 다리로 연결돼 쉽게 갈 수 있는 섬이다. 충무공이 울돌목에서 대승을 거둔 뒤 고하도에 진을 친 후 수군을 재건하고 전열을 정비한 곳으로 알려져 있는 유적지이기도 하다. 섬 동쪽 끝에는 ‘고하도 모충각 이충무공 기념비’(전남도 유형문화재 제39호)도 있다.

이 섬을 한바퀴 둘러볼 수 있도록 조성된 코스가 목포 고하도 둘레길이다. 총길이 1080m의 해상 보행교는 바다 위에 조성돼 탁 트인 바다 전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둘레길은 용머리탐방로, 해안동굴탐방로, 용오름둘레길 3구간으로 나뉘는데, 용머리탐방로는 낙조가 아름다워 일몰시간에 맞춰 걸으면 인생샷을 건질 수 있다.

목포대교를 따라 자동차로 직접 가거나, ‘북항 스테이션’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갈 수 있다. 해상데크로 내려갈 수 있는 보행약자를 위한 경사형 엘리베이터도 운영중이다. 고하도에는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0년대에 일제가 조성한 군사용 인공 동굴도 남아있다.

순천만 갈대밭 전경.
여수시 소라면 가사리 생태공원은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남해안 오션뷰 20’에 꼽혔을 정도로 갈대밭과 어우러진 노을 풍경이 근사하다. 바다와 하천이 만나는 넓은 습지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소리를 들으며 데크길을 걷는 사진은 어디에서 찍어도 그림이 된다. 평일에 찾으면 나만의 정원을 거니는 듯한 기분도 누릴 수 있다. 인근 가사리 생태교육원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라이딩을 즐기는 방법도 있다.

가사리 생태공원과 비슷한 길로 순천만습지가 꼽힌다. 2260만㎡(800만평)의 갯벌과 54만㎡(60만평)의 갈대밭, 칠면초, S자 갯골 등은 한 번만 가기 아쉬운 코스다. 해설사의 도움으로 순천만 생태계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목포 고하도 전경. 보행약자를 위한 경사형 엘리베이터도 운영중이다. <목포시 제공>
영광 물무산행복숲은 영광군 묘량면 덕흥리에 위치한 숲길로, 전국 최초로 조성된 ‘질퍽한 맨발 황톳길’이 인기다. 2.0㎞ 길이로 조성된 물무산 황톳길에 쌓여 있는 황토로 마사지하듯 걷는 느낌이 색다르다. 입구에는 세족장과 신발장도 있어 수건만 챙겨오면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황톳길 외에도 10㎞ 길이의 숲속 둘레길, 편백나무 3500여 그루가 자라고 있는 편백 명상원, 맥문동 군락을 볼 수 있는 소나무 숲 예술원 등도 있어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영광 백수해안도로 노을전망대 전경.
장성 황룡강길은 가을 꽃 축제(10월 18일~26일)를 앞두고 강변에 심어진 꽃들로 꾸며지고 있어 화려한 볼거리가 적지 않다. 매년 가을꽃 축제 때 선보이는 꽃들만 코스모스, 핑크뮬리, 천일홍, 해바라기 등 10억 송이가 넘는다. 황룡강을 이맘때 ‘꽃강’이라 부르는 이유다. 황룡강 옆으로 한옥 펜션 등도 즐비해 둘러볼만하다.

◇‘오션뷰 맛집’, 여기서부터 진짜 가을이야=오션뷰가 펼쳐지면서 가을 바람을 제대로 맞을 수 있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도 적지 않다.

여수 일레븐브릿지는 첫 손에 꼽히는 드라이브 코스다. 낭도와 백야도 등 7개 섬을 잇는 해상 교량이 이어지는데, 승용차로 여수 돌산을 거쳐 고흥 영남까지 이동할 수 있다. 둔병, 낭도, 적금, 팔영대교 위를 지나다보면 펼쳐지는 다도해의 풍광을 달리는 내내 옆에 둘 수 있다.

고흥 거금해안도로는 자전거 동호회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난 명소다. <고흥군 제공>
고흥 거금해안도로는 국토부 ‘남해안 해안 경관도로 15선’에 선정된 곳이다. 바이크, 자전거 동호회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난 명소다. 녹동항에서 장어구이를 먹고 소록도를 지나 거금도로 진입한 뒤 섬을 따라 도는 코스가 환상이다. 중간지점 조성된 거금생태숲의 구름다리는 등산객,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해남 목포구등대 해안도로도 서해 낙조를 담을 수 있는 코스다. 특히 코스의 시작점인 구 등대는 대한제국 말기인 1908년 축조된 7.2m 높이로 95년간 육지의 관문 역할을 한 역사적인 건축물로 인증샷 포인트이기도 하다.

영광 백수해안도로는 드라이브 뿐 아니라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데크길을 따라 걷는 것도 좋다. 바닷 바람과 가을 햇살을 느끼며 걸어보는 것, 이 맘때 가장 좋다. 곳곳에 마련된 전망대도 서해 낙조를 조망하기에 좋다.

무안군 망운면 조금나루 해변부터 현경면 봉오제까지 10.75㎞ 이어지는 도로는 드라이브를 하다가 만남의 길, 자연 행복의 길, 노을길, 느리게 걷는 길 등으로 꾸며진 4개의 산책로까지 즐길 수 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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