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비싸서 못 사 먹어요”…서민 식탁은 ‘풀밭’
2023년 05월 23일(화) 18:50
이달 삼겹살 100g에 2660원으로 3월보다 20% 급등
닭고기도 덩달아 올라…구제역 발생에 한우값도 들썩

/클립아트코리아

“돼지고기도 오르고, 닭고기도 가격이 올랐네요.”

23일 오전 광주시 북구 말바우시장 앞에서 만난 주부 김모(여·39)씨는 “모든 물가가 다 올라 부담스러운데 최근 고깃값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4살 아들을 뒀다는 김씨는 한창 클 자녀를 위해 하루에 한 번은 꼭 고기 반찬을 마련하는 탓에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여간 큰 게 아니라고 덧붙였다. 값비싼 한우는 지출 부담이 커 닭고기를 자주 사다가 먹이고 있는데, 닭값마저 연일 올라 뭘 사서 먹여야 할 지 모르겠다는 게 그의 하소연이다.

김씨는 “두어 달 전 1㎏에 2만5000원 정도에 샀었던 삼겹살이 이제 3만원 수준에 육박한다”며 “삼겹살뿐만 아니라 목살, 갈비, 앞다리살 등 돼지고기는 물론 닭고기까지 오르지 않는 육류가 없다”고 말했다.

육류가격이 들썩이면서 서민들의 ‘식탁 물가’가 요동치고 있다. 각종 농산물 가격이 올라 안 그래도 부담스러웠던 장바구니 물가가 육류 가격 오름세로 더 크게 휘청이는 모습이다.

특히 서민들이 부담 없이 즐겨왔던 돼지고기와 닭 가격이 오르고 있는 데다, 구제역 확산으로 최근 한우 가격마저 들썩이고 있다.

23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기준 삼겹살 100g당 평균 소비자가격은 2660원으로 전달(2324원)보다 14.45%나 올랐다. 두 달 전인 지난 3월(2224원)보다는 무려 20% 가까이 급등한 가격이다.

돼지 목심 가격도 두 달 전 2023원에서 최근 2476원으로 22.4% 올랐고, 갈비는 1309원에서 1393원으로 6.4% 증가했다. 앞다리살도 1260원에서 1318원으로 4.6% 오르는 등 돼지고기 가격이 최근 오르고 있는 추세다.

돼지고기 소비자가격 인상에는 도매가격의 큰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준 돼지고기 1㎏의 도매가격은 6206원으로 한 달 전 5479원 보다 13.2% 올랐다.

돼지고기 가격은 국제적인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사료비 상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또 날씨가 풀리면서 나들이를 가는 가정이 늘어나는 등 전반적인 돼지고기 수요가 증가한 게 가격 상승에 한몫 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지난해 전남 농가 1곳당 사료비는 전년보다 19.1%가 증가할 정도로 사룟값이 급등했는데 이 기조가 최근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육류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서민들 식탁에 자주 오르는 닭고기 가격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닭고기(육계) 1㎏당 소비자 가격은 이날 기준 6480원으로 한 달 전 6137원보다 5.9% 올랐다. 두 달 전(6069원)에 비해서는 6.8% 오른 것이다.

닭고기는 병아리 공급 감소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도매가격 역시 1년 전보다 14.8% 상승한 1㎏ 당 4079원을 기록하는 중이다.

돼지고기와 닭고기 가격이 오르는 가운데 한우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한우의 도매가격도 상승했는데, 서민들은 도매가격 상승이 곧 소매가격 인상으로 이어질까 염려하는 분위기다.

이날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5~21일 한우 1등급의 1㎏당 1만4846원으로 구제역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 1~7일 가격인 1만3317원보다 11.48%(1529원) 증가했다. 구제역 발생 10일 만에 10% 넘게 가격이 치솟은 셈이다.

대형마트 판매가격도 설도(뒷다리살) 기준 구제역 발생 전(1~7일) 4302원에서 최근 5572원으로 29.5%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0일 충북 청주의 한 한우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현재까지 충북 청주시와 증평군 소재 한우농장 10곳과 염소농장 1곳에서 구제역 발생이 확인됐다.

농식품부는 방역에 주력하고 있으나,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더 확산할 경우 서민들의 밥상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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