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김시습의 삶과 작품 세계
2023년 05월 15일(월) 20:05
‘청소년들아, 김시습을 만나자-금오신화’ 출간
매월당(梅月堂) 김시습(1435~1493)은 어렸을 때부터 ‘신동’ 소리를 들었을 만큼 영특했다. 조선 세종 때 한양에서 태어나 외할아버지에게 글자를 배웠고 세 살 때 이미 한시를 지을 정도였다. 명석한 두뇌와 뛰어난 문장으로 그는 주위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15세 즈음에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힘든 시기가 닥쳐왔다. 또한 21세 때 삼각산 중흥사에서 공부를 하던 중 수양대군이 단종을 폐위하고 왕위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는다. 의협심이 강한 그에게 이 사건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심대한 문제였다.

김시습은 공부를 접고 스스로 머리를 깎은 뒤 방랑의 길에 오른다. 이 시기 단종을 복위시키려다 죽임을 당한 사육신들의 시신을 수습해 묻어준 일화는 유명하다.

31세인 1465년 경주 금오산에 입산해 금오산실을 짓고 ‘매월당’이라는 호를 갖는다. 그곳에서 그는 우리나라 최초 한문소설인 ‘금오신화’를 쓰는 등 주옥같은 작품을 창작했다.

김시습의 ‘금오신화’를 비롯해 뛰어난 시편을 번역한 책이 발간돼 눈길을 끈다.

‘청소년들아, 김시습을 만나자-금오신화’는 김시습 작품과 정약용 작품을 우리말로 옮긴 류수와 김주철이 김시습의 작품을 옮기고, 시집 ‘빗물 머금은 잎사귀를 위하여’를 펴낸 이삼남 시인이 다시 썼다.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 ‘금오신화’에는 모두 5편의 소설이 담겨 있다. ‘만복사 윷놀이’를 비롯해 ‘이생과 최랑’, ‘부벽정의 달맞이’, ‘꿈에 본 남염부주’, ‘용궁의 상량 잔치’가 그것이다.

남원에 사는 양생이 만복사에서 부처와 윷놀이를 하고 소원대로 인연을 만나는 이야기를 담은 ‘만복사 윷놀이’는 인연과 시간의 무상함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2부 ‘매화 그림자 달빛 아래 춤추네’에는 매월당의 시들이 수록돼 있다. ‘산골 집을 나서며’, ‘농민들이 토란국을 끓이다’ 등의 시들은 김시습의 담박한 감성과 일상을 바라보는 시심을 보여준다.

“지붕 머리 저녁볕은/ 꽃가지를 비춰 주네./ 빙글빙글 도는 물레/ 눈결 같은 실을 뽑네.// 고운 단장 숙인 얼굴/ 가득한 수심은 무슨 일인가./ 이 실을 다 뽑은들/ 관가 세금 주고 나면.”

위 시 ‘누에 치는 아낙네’는 무거운 세금을 물리는 관에 대한 횡포를 누에를 치는 한 아낙네를 통해 에둘러 노래하고 있다. 김시습의 시가 향하는 지점이 어디인지를 명료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론(이치에 맞는 의견이나 주장) 등이 수록된 3부 ‘백성보다 더 귀한 것은 없나니’는 매월당의 삶과 더불어 사회와 정치를 바라보는 그의 식견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먼저 백성을 생각하라’, ‘동물보다 백성이 먼저니’와 같은 글들은 사회와 백성을 향한 매월당의 따뜻하면서도 예리한 시선, 잔잔한 울림을 보여준다.

한편 뒷부분 ‘우리 고전 깊이 읽기’에는 ‘매월당 김시습의 삶’,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 ‘금오신화’, ‘김시습의 시와 정론과 서한문’’이 게재돼 있다.

책 곳곳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송민규의 그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서민들의 일상과 우리 산수의 정취를 그만의 필법으로 그려낸 작품들은 잔잔한 여운을 준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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