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의 계절 권여선 지음
2023년 05월 14일(일) 09:00
지난 1996년 장편 ‘푸르른 틈새’로 제2회 상상문학상을 통해 등단한 권여선은 그동안 오영수문학상, 이상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동리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다. 지금까지 소설집 ‘처녀치마’, 장편소설 ‘토우의 집’, ‘레가토’ 등을 펴내며 자신만의 소설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번에 권여선 작가가 작품집 ‘각각의 계절’을 발간했다.

이번 소설집에서 작가는 기억과 감정, 관계의 중핵으로 파고들며 한 시절을 세밀하게 추적한다.

소설집 처음과 끝은 ‘기억’을 주된 키워드로 하는 ‘사슴벌레식 문답’, ‘기억의 왈츠’가 나란히 배치돼 있다. 특히 전자는 권여선의 오랜 주제인 기억의 문제를 조금 더 안으로 밀고 들어간다.

이번 작품집 제목인 ‘각각의 계절’은 소설 ‘하늘 높이 아름답게’의 문장에서 따왔다. 즉 “각각의 계절을 나려면 각각의 힘이 들지요”가 그것이다. ‘하늘 높이 아름답게’는 72세에 병으로 사망한 ‘마리아’를 회상하는 성당 신도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마리아가 어떤 인물인지를 재구성한다. 신도들은 각자 마리아의 모습을 이야기하지만 그들의 시선에는 마리아를 자신들보다 아래에 놓는 은근한 배타성이 자리한다. 다른 이를 평가하는 가차없고 배타적인 시선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한편 권희철 평론가는 “평범한 언어로는 도무지 포착할 수 없는 일상의 미묘하고도 미세한 영역들을 더듬고 묘사하면서 거기에서 시간의 흐름을 뒤집어놓기에 이를 만큼 격렬한 정동이 범람하게 만드는 권여선의 내러티브는, 소설 속 요소로 노래를 활용하고 있다기보다 ‘이야기로 된 노래’가 되어가는 것만 같다”고 평한다. <문학동네·1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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