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의 결단 - 임동욱 선임기자·이사
2023년 05월 08일(월) 22:00
중국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 ‘삼국지연의’에는 수많은 장수와 지략가들이 포진하여 흥미로움을 더한다. 유비, 관우, 장비, 조조, 여포 등 고대 역사상 드물게 수많은 영웅들이 등장한다. 삼국지의 영웅들 가운데 눈에 띄는 인물 중 하나가 바로 ‘노장’(老將) 황충이다. 70이 넘은 나이에도 전장을 누볐던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투혼을 아끼지 않았던 최고의 장수로 꼽힌다. 비단 황충뿐만이 아니라 조자룡, 황개, 엄안 등도 삼국지 전반에 걸쳐서 등장하는 ‘노장’ 들이다.

나이 든 장수들이라면 전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백전노장’들의 지혜가 없다면 전쟁에서 이기는 것도 쉽지 않은 법이다. 일신의 편안함이나 권력욕을 위한 잔꾀보다는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지략과 용기로 무장, 위기의 최전선에서 분투하며 진영의 역량을 결집, 승리를 이끌어 낸 것이다. 이는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에 진정한 베테랑들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 9단’으로 평가받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1942년생으로 그야말로 정치권의 노장으로 꼽힌다. 그는 대북 송금 혐의로 옥고를 치른 3년여를 제외하고 김대중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에 이르기까지 ‘도전과 응전’의 치열함으로 정치 현장을 누벼왔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물론 국민의당 바람을 일으켜 정치 지형을 뒤흔들기도 했다. 정치적 위기는 그를 단련시키는 과정에 불과했다. 지난 총선에서 낙마하고도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원장으로 발탁된 것은 그의 내공을 반영한다.

그런 그가 최근 해남·진도·완도를 차례로 방문해 지역 정치권의 눈길을 끌었다. 박 전 원장의 고향이 진도라는 점에서 차기 총선에서 해남·진도·완도 지역구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자신의 지역구였던 목포 출마설과 함께 비례 대표로 진출, 차기 총선을 진두지휘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또 민주당이 위기 국면이라는 점에서 대한민국 정치 1번지인 종로에서 출마의 깃발을 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말을 아끼고 있는 노장이 차기 총선을 앞두고 어떠한 결단을 내릴 것인지 주목된다.

/임동욱 선임기자·이사 tu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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