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분배다- 전 동 호 공학박사·도로 및 공항기술사
2023년 01월 17일(화) 00:15
세상은 공정한가? 주관적이다. 수치화할 물리적 법칙이 아직은 없다. 그럼 평등한가? 그렇다. 우리 헌법에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고 되어 있다. 그러면 먹고 사는 일이 다들 같은가? 그렇지는 않다. 개개인의 능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잘난 놈은 잘난대로, 못난 놈은 못난대로 산다’고만 노래해야 하는가? 아니다. 국가가 나서서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게 조절하고 지원한다.

부가 특정하게 편중되다 보면 중산층 소비 주체가 감소하면서 결국엔 기업이 도산하고 국가 또한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소득층, 노약자, 전 국민 건강보험과 코로나19 극복 등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해왔다. ‘남아돌아서 퍼주기’가 아니다. ‘생산·분배·소비’로 가는 재테크 활동이었다. 왕조시대에도 고구려 진대법, 고려 흑창, 조선 혜민원은 곤궁한 백성들의 숨을 잇게 했다.

국가의 정책은 세금으로 충당하지만, 자발적인 기부로도 이루어진다. 구례 운조루 ‘타인능해’ 쌀뒤주와 경주 최 부자집의 ‘사방 백 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가훈은 더 특별하다. 인심을 잃지 않는 나눔 정신이 들어있다. 남들 위에서 나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같이 살아가는 공존의 길이었다. 그들 가문을 큰 환란에서도 수백 년간 지켜낸 원천이었다.

불평등 해소와 분배의 가치를 보여줬다. 그 이유를 미국 정치철학자 존 롤스(1921~2002)는 ‘공정으로서의 정의’에서 “모든 개인은 완전하게 평등할 수 없다. 선천적, 후천적 차이와 사회 구조적 불평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라고 했고, 박제가(1750~1805)는‘북학의’에서 “재물은 우물과도 같다. 물은 퍼서 쓸수록 가득 채워지는 것이고 이용하지 않으면 말라 버리고 만다”고 강조했다.

새해부터 정부의 양육 지원이 늘어난다. 부모 급여, 아동 수당, 양육 수당, 돌봄 서비스 확대, 임신과 출산을 돕는 국민행복카드 바우처와 현금 등 다양하다. 한 아이가 태어나면 수백 만 원 축하금에 매월 10~70만 원의 수당이 만 8세까지 지급된다. 그 대상 또한 출생 연도에서 개월 수로 바뀌고, 각 지자체에서도 별도로 시행한다. 하지만 청소년 성장 지원은 아직 없다. 그들의 교육, 주거 등 생활 대책이 더 되어야 한다.

지난해 말에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뜨거웠다. 안전 운임제 연장과 적용 품목 확대, 운송비 인상이 이슈였다. 화물 운송 종사자들의 최저임금 법제화 요구였지만 과로·과적·과속의 3과를 막자는 것이니 그들만의 일도 아니다. 행여 사고가 나면 내가 다칠 수도 있고, 안전한 물류(물적 유통)는 산업 생산과 일상생활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다른 목소리도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요구,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 예기치 못한 사고의 조사와 책임 등에 대해 합의점을 못 찾고 있다. 법치와 제도 앞에선 무력해지기도 한다. 2000여 년 ‘유치인 무치법’(有治人 無治法)의 가르침을 되새기게 한다. 너무 법과 경제성만 따지지 말라는 말씀이다.

최근 시중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경제활동이 주춤거리고 있다. 특히 PF 개발 행위가 어렵다고들 한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다른 산업으로 튀지 않을까도 걱정된다. 생명과 직결되는 물 문제도 있다. 지역별로 집중 호우와 가뭄이 반복되며, 생활용수 부족이 현실화되었다. 호수와 강물만으로는 한계가 왔다. 적극적인 지하수 활용 방안을 수립해야 할 때다.

각 분야별 규제와 지역 현안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역지사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상호 교류 등 생각의 차이를 좁힐 수 있는 ‘해탈문’이 되어야 한다. 국가가 더 적극 나서서 통 큰 대책도 내놔야 한다. 막힌 곳이 뚫리며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한 돌파구가 되어줄 것이다. 어떻게 하든 완벽할 순 없어도, ‘일심’으로 최선을 다하면 된다.

지난해 말 US뉴스앤월드리포트는 우리나라를 세계 여섯 번째 강력한 국가로 발표했다. 프랑스, 일본보다 앞섰다. 국가 재정 또한 그만큼 커졌다. 그런데 국민은 어렵다고만 한다. 공정한 분배와 필요한 배분을 더 하라는 소리다. 더 크게, 더 넓게 열어갈 군도(君道)의 시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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