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잿값 ‘천정부지’ 벼랑 끝 광주·전남 레미콘 업체들
2023년 01월 16일(월) 18:45
44개 업체 납품단가 20% 인상 촉구
“납품할수록 손해”…업계 ‘납품중단’ 검토
‘줄도산’ ‘건설현장 셧다운’ 우려도

시멘트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광주·전남 레미콘 업계는 납품단가를 20% 상당 올려야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광주일보 자료사진>

광주·전남권 레미콘업계에 위기감이 감돈다. 레미콘의 주요 원료인 시멘트를 포함해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 치솟고 있지만, 레미콘을 납품받는 건설업체는 원자재 인상분을 반영해주지 않으면서 역대 최악의 경영난에 내몰리고 있어서다.

여기에 올해 전기요금이 오르고, 작년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인한 손실까지 겹쳐 그야말로 ‘줄도산’ 위기에 처한 지역 레미콘업계는 납품단가에 원자재 인상분을 반영해주길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요구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역 단가 인상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도권 레미콘업계가 건설업계와의 협상에서 한발 물러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광주·전남 레미콘업계는 수도권 업체와의 인상 폭 차이로 협상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6일 광주·전남권(광주·나주·장성·담양·화순·곡성·영광·함평) 레미콘업계에 따르면 레미콘 원가의 33%를 차지하는 시멘트 가격이 최근 5.9% 올랐다. 이 밖에 골재와 모래, 4.3%, 운반비 1.3%, 용차비 1.5%, 혼화제 0.5%, 현장요구배합 2.3%, 고정비 4%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상태다.

이처럼 레미콘의 원료들이 모두 오르면서 광주·전남권 8개 지역 44개 업체는 레미콘 납품단가 20% 상당 인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행 ㎥당 8만6700원에서 10만1700원으로 올라야 한다는 얘기다. 만약 가격 인상이 없으면 지역 상당수 업체가 자칫 도산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앞서 지역 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와 4차례에 걸쳐 단가 인상 협의를 진행했다. 또 지난해 12월16일과 29일 지역 건설사에 레미콘 가격 20% 인상 공문을 발송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히 지역 업체들의 가격 인상안 협의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은 수도권 레미콘업체와 건설업계 간 인상분 차이가 주요 걸림돌로 꼽힌다.

레미콘 공급단가는 지역별 협상을 통해 반영된다. 하지만 지난 3일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는 수도권 레미콘업계와의 협상에서 올해 1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레미콘 가격을 ㎥당 총 8400원(10.4%) 계단식 인상에 합의했다. 이는 광주·전남권 업계가 인상을 요구하는 금액과 무려 ㎥당 6600원 상당이나 차이가 난다.

문제는 연간 출하량이 30만㎡ 이상으로 고정비가 적은 데다, 대규모 업체들이 상당수인 수도권 레미콘 업체와 광주·전남권 업체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지역 업체들은 영세할뿐더러, 연간출하량이 훨씬 적고 고정비가 많아 이익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수도권에서는 한 회사당 평균 32만4000㎥를 출하하는 것과 달리 광주·전남권은 9만70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업체의 출하량이 수도권의 3분의 1 수준이라는 점에서 현 단가 수준에서는 현실적으로 원재료 비용을 감당키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레미콘업체들의 영업이익은 매출 대비 3% 수준을 밑돌고 있는 탓에 광주·전남권에 수도권과 같은 잣대를 적용할 경우 납품을 하면 오히려 손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역 업계들은 주장하고 있다. 납품하면 적자를 면치 못해 결국 지역 업계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데다, 결국 지역 관급공사와 산업건설 현장에 납품 차질 등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지역의 한 레미콘업체 관계자는 “적자를 보면서 회사가 경영난 위기에 몰리면서까지 건설사에 레미콘을 납품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수도권 협상은 시멘트 인상분인 ㎥당 4200원이 너무 과소 책정됐고, 나머지 인상요인은 반영되지 않은 수준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수도권과 달리 지역은 영세한 업체들이 대다수라 똑같이 적용되면 우리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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