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주 세계화 위해 종가세서 종량세로 세법 개정을”
2022년 10월 10일(월) 20:20 가가
전통 증류주 ‘화요’ 돌풍 이끈 조태권 광주요그룹 회장
“도자와 음식, 전통주 ‘화요’…문화에 담긴 정체성 지키고 싶어”
불로 다스린 귀한 술 … 감압증류방식과 옹기숙성 깊고 순한 맛
‘화요25’ ‘화요 X.Premium’등 5종…올해 매출 500억대 전망
“도자와 음식, 전통주 ‘화요’…문화에 담긴 정체성 지키고 싶어”
불로 다스린 귀한 술 … 감압증류방식과 옹기숙성 깊고 순한 맛
‘화요25’ ‘화요 X.Premium’등 5종…올해 매출 500억대 전망
히스토리가 있는 문화는 생명력이 있다. 사람들의 입을 통해 이야기가 전해지고 다시 업그레이드 된 문화로 전이된다. 서사가 있는 문화, 품격이 있는 문화는 오랜 공력의 산물이다. 땀의 가치가 전제되지 않는 문화는 시간의 풍화를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전통주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고급 증류주가 있어 화제다. 2015년 매출 100억원대를 달성하고 매해 20~30%이 성장을 하고 있는 ‘화요’(火堯)가 그 주인공. 올해는 50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화요는 주류업계 최초 자동화한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도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화요’(火堯)는 말 그대로 불로 다스린 귀한 술이라는 뜻이다. 소주의 ‘소’(燒)자를 파자한 것으로 불을 뜻하는 화(火)와 존귀하다는 뜻의 ‘요’(堯)가 합쳐진 말이다. 불과 물, 흙 그리고 흙에서 나온 쌀이 어우러져 귀한 술로 탄생됐다는 의미다.
화요는 지난 2005년 출시 당시만 해도 이단아 취급을 받았다. 값이 비싼데다 저렴한 소주를 폭탄주에 혼합해 마시는 회식 문화가 대세인 상황에서 고가인 전통 증류주는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고급 소주’, ‘프리미엄 소주’로 알려지면서 세대를 초월해 사랑을 받고 있다.
화요가 오랜 암흑의 시간을 견디며 오늘에 이른 것은 조태권 광주요그룹 회장(74)의 뚝심이 빚어낸 결실이다. “문화적 가치는 언젠가는 인정 받는다”는 철학과 우리 것에 대한 정체성을 지켜가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가 오늘의 화요를 만들었던 것.
도자기와 음식, 술 등 한국의 문화자산을 토대로 식문화 전문기업을 이끌고 있는 조태권 회장을 최근 서울의 화요 본사에서 만났다.
도자기, 음식, 술로 이어진 도전
예상했던 대로 조 회장에게선 ‘화요’(火堯)가 환기하는 아우라가 배어나왔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추구하는 진득함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뚝심, 그러면서도 어떤 틀에 갇히지 않는 균형 잡힌 시각 등이 엿보였다. 물론 사업을 일구기 위해 흘렸을 땀과 열정, 시난고난한 고통과 눈물도 읽혔다.
“화요의 모태는 ‘광주요그룹’입니다. 전통 도자의 맥을 잇고 대중화하기 위해 불철주야로 노력했어요. 고급도자 사업에서 식문화사업으로, 또 주류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며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전파한다는 사명감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조 회장에 따르면 광주요그룹은 광주요(도자기), 화요(술), 그리고 가온과 비채나(음식)라는 고급 브랜드로 한국 식문화의 가치를 높여왔다. 과거와 전통, 새로움과 미래의 공존, 나아가 세대와 세대를 잇는 구심점으로서의 문화를 상정했다.
그는 “좋은 술을 좋은 음식과 음미하며 적당히 마시는 식문화를 통해 전통에 담긴 우리 정신을 되새기고 우리 정체성을 알아가는 것”이 화요의 ‘Drink Spirit’라고 설명했다.
그러고 보니 화요(火堯)와 광주요의 토대의 본질은 불(火)이었다. 불로 다스려지고 불로 창조되는 원리는 같았다. 진귀하고 비싼 그릇은 불이라는 뜨거움을 통과해야 완성이 되는 법. 광주요그룹과 조 회장이 만만찮은 시련이라는 불(火)을 견뎌내고 오늘에 이르렀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1988년 부친이 돌아가시자 어머니께서 ‘가업인 도자기 사업을 물려받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셨어요. 부친은 일제시대 일본으로 건너가 사업을 했습니다. 당시 일본 상류층 인사의 초청을 받아 집에 들르곤 했는데 그때마다 항상 귀한 잔을 보게 됐다고 합니다. 임진왜란 이후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도공들의 후예가 만든 찻잔과 다구가 그곳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현실을 목도하게 거지요.”
그렇게 부친은 한국의 자기 문화를 다시 이어가야겠다고 마음먹는다. 한국으로 건너와 1963년 광주관요의 전통이 살아 있는 경기 이천에 터를 잡은 것은 그 때문이었다. 조선왕실에 도자기를 납품하던 관요의 전통과 뿌리가 남아 있는 곳에서 자기 문화의 부활을 견인하고 싶었다.
그렇게 도자기는 조 회장에게 운명으로 다가왔다. 부친과 가계로부터 내려오는 문화적 심미안은 그의 내면에 이미 체화되어 있었을 것이다.
도자기를 모티브로 다양한 문화를 공부하면서 그의 시각은 세계를 향해 넓어진다. “도자기가 유명한 나라에선 그릇에 담기는 음식 또한 세계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 그 뿐이 아니라 “그릇과 음식에 어울리는 술 역시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 미주리주립대학 공업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대우그룹에서도 10여 년 가까이 근무했는데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말이 회자되던 시절이었다. 그는 그렇게 세계 곳곳을 다니며 다양한 문화를 접했고 그 때의 체험은 고스란히 문화자산의 자양분이 된다.
조 회장은 2003년 한식 레스토랑 ‘가온’을, 2012년에는 ‘비채나’를 오픈하게 된다. 두 레스토랑은 미쉐린가이드 서울판이 발간된 2017년부터 지금까지 빠지지 않고 3스타, 1스타를 획득하며 세계에 통하는 한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순 우리말인 가온과 비채나는 각각 ‘세상의 중심’, ‘비우고 채우고 나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정한 나라의 가치가 담긴 문화 요소들이 조화롭게 연출되는 곳이 식당입니다. 문화전시장의 역할뿐 아니라 한 나라의 기반이 되는 내수경제 원동력을 견인하는 핵심 공간이기도 하지요.”
감압증류방식 그리고 옹기 숙성
음식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자 조 회장은 고급 한식에 어울리는 고급술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본격적으로 화요의 문이 열리게 된 배경이다.
그는 “증류식 소주를 만들었던 소주업계 장인 고(故) 박찬영 선생과 김호영 선생, 문세희 현 화요 대표이사를 영입해 2005년 명품 콘셉트로 화요를 선보에게 됐다”며 “‘화요25’와 ‘화요41’을 스타트로 세계의 명주들과 경쟁하기 위해 ‘화요17’, ‘화요X.Premium’, ‘화요53’을 순차적으로 출시했다”고 저간의 내력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술 제조를 위해 우리 쌀과 경기도 여주 지하 암반층에서 채취한 깨끗한 물, 순수 배양한 미생물을 사용했다. 인위적인 식품 첨가물보다는 장기간의 옹기 숙성 과정에서 부드러운 맛과 향이 생성된다”고 덧붙였다.
화요 제조의 가장 큰 특징은 감압증류방식에 있다. 압력을 낮춰 끓게 하는 것으로 일반 전통주의 누룩 냄새와 탄 냄새,쓴맛을 제거해 맑고 깨끗한 맛에 초점을 맞췄다. 내용물도 내용물이지만 술을 담는 병도 예술적이다. 국보 제113호로 지정된 12세기 고려청자 ‘철화 양류문 통형병’은 특유의 소박함을 모던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화요의 오늘이 있기까지 시련도 적지 않았다. 출시 초기에는 증류식 소주 자체에 대한 인진도가 부족해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2005년 첫 출시 이후 2015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다. 당시만 해도 일반 소비자들은 저렴한 소주를 마시거나 아니면 폭탄주로 제조해 마시는 문화가 일반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7배나 비싼 출고가의 화요는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출시 10여 년간 화요의 누적 적자는 100억원을 넘었다. 조 회장은 그때마다 사재를 털었고 사옥마저도 처분했다.
그러나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점차 시장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2011년 군부대에 면세주류로 납품하게 되면서 화요는 점차 변곡점을 맞는다.
“군에서 화요의 가치를 알아줬습니다. 면세주류로 군인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화요를 마시게 되면서 입소문을 타고 큰 호응을 얻었어요.”
한 번 열리기 시작한 시장의 문은 세계를 향해서도 순풍을 탔다. 지난 2010년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 행사에선 공식 만찬주로 선정됐다. 또한 오크통에 숙성시킨 ‘화요X.Premium’은 EU 공식 인정을 받아 유럽에 진출했으며 2021년 기준 전 세계 20여 개국에 수출할 만큼 인기가 높다.
주류 세계화 위해선 종가세 체제 바꿔야
그러나 해결해야 할 난제도 적지 않다. 2021년 기준 전 세계 주류시장 규모는 약 1803조에 이른다. 국내 주류시장 규모는 8조8천억원으로 세계와 비교했을 때 약 0.5%의 미미한 수준이다. 주류시장의 세계적인 시장 가능성은 높지만 뻗어나가지 못했던 것은 주세법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즉 과세표준방식인 종가세 체제를 바꾸지 않고는 주류의 세계화는 요원하다는 것이다.
그는 “종가세 체제 하에서 증류식 소주의 출고 가격은 희석식 소주와 비교해 6~10배 높은 수준으로 내수에서의 가격 경쟁력이 낮다”며 “맛과 품질에서 우수한 증류식 소주가 세계 명주와 겨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국내 증류식 소주의 시장 자체가 더욱 커져 인지도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또한 “저렴한 술일수록 세 부담을 줄여주는 종가체 체제는 희석식 소주에만 유리한 과세 방식이므로 종량세 체제로 과제표준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 중소기업의 우수한 주류 제품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정받고 세계를 향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조 회장의 신념과 자부심은 분명 남다른 문화적 가치를 창출할 것 같은 예감 말이다. 그의 손에서 빚어질 우리 문화의 정체성이 또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지 기대가 된다.
/서울=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사진=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화요’(火堯)는 말 그대로 불로 다스린 귀한 술이라는 뜻이다. 소주의 ‘소’(燒)자를 파자한 것으로 불을 뜻하는 화(火)와 존귀하다는 뜻의 ‘요’(堯)가 합쳐진 말이다. 불과 물, 흙 그리고 흙에서 나온 쌀이 어우러져 귀한 술로 탄생됐다는 의미다.
도자기와 음식, 술 등 한국의 문화자산을 토대로 식문화 전문기업을 이끌고 있는 조태권 회장을 최근 서울의 화요 본사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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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 25’ |
예상했던 대로 조 회장에게선 ‘화요’(火堯)가 환기하는 아우라가 배어나왔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추구하는 진득함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뚝심, 그러면서도 어떤 틀에 갇히지 않는 균형 잡힌 시각 등이 엿보였다. 물론 사업을 일구기 위해 흘렸을 땀과 열정, 시난고난한 고통과 눈물도 읽혔다.
“화요의 모태는 ‘광주요그룹’입니다. 전통 도자의 맥을 잇고 대중화하기 위해 불철주야로 노력했어요. 고급도자 사업에서 식문화사업으로, 또 주류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며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전파한다는 사명감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조 회장에 따르면 광주요그룹은 광주요(도자기), 화요(술), 그리고 가온과 비채나(음식)라는 고급 브랜드로 한국 식문화의 가치를 높여왔다. 과거와 전통, 새로움과 미래의 공존, 나아가 세대와 세대를 잇는 구심점으로서의 문화를 상정했다.
그는 “좋은 술을 좋은 음식과 음미하며 적당히 마시는 식문화를 통해 전통에 담긴 우리 정신을 되새기고 우리 정체성을 알아가는 것”이 화요의 ‘Drink Spirit’라고 설명했다.
그러고 보니 화요(火堯)와 광주요의 토대의 본질은 불(火)이었다. 불로 다스려지고 불로 창조되는 원리는 같았다. 진귀하고 비싼 그릇은 불이라는 뜨거움을 통과해야 완성이 되는 법. 광주요그룹과 조 회장이 만만찮은 시련이라는 불(火)을 견뎌내고 오늘에 이르렀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1988년 부친이 돌아가시자 어머니께서 ‘가업인 도자기 사업을 물려받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셨어요. 부친은 일제시대 일본으로 건너가 사업을 했습니다. 당시 일본 상류층 인사의 초청을 받아 집에 들르곤 했는데 그때마다 항상 귀한 잔을 보게 됐다고 합니다. 임진왜란 이후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도공들의 후예가 만든 찻잔과 다구가 그곳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현실을 목도하게 거지요.”
그렇게 부친은 한국의 자기 문화를 다시 이어가야겠다고 마음먹는다. 한국으로 건너와 1963년 광주관요의 전통이 살아 있는 경기 이천에 터를 잡은 것은 그 때문이었다. 조선왕실에 도자기를 납품하던 관요의 전통과 뿌리가 남아 있는 곳에서 자기 문화의 부활을 견인하고 싶었다.
그렇게 도자기는 조 회장에게 운명으로 다가왔다. 부친과 가계로부터 내려오는 문화적 심미안은 그의 내면에 이미 체화되어 있었을 것이다.
도자기를 모티브로 다양한 문화를 공부하면서 그의 시각은 세계를 향해 넓어진다. “도자기가 유명한 나라에선 그릇에 담기는 음식 또한 세계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 그 뿐이 아니라 “그릇과 음식에 어울리는 술 역시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 미주리주립대학 공업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대우그룹에서도 10여 년 가까이 근무했는데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말이 회자되던 시절이었다. 그는 그렇게 세계 곳곳을 다니며 다양한 문화를 접했고 그 때의 체험은 고스란히 문화자산의 자양분이 된다.
조 회장은 2003년 한식 레스토랑 ‘가온’을, 2012년에는 ‘비채나’를 오픈하게 된다. 두 레스토랑은 미쉐린가이드 서울판이 발간된 2017년부터 지금까지 빠지지 않고 3스타, 1스타를 획득하며 세계에 통하는 한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순 우리말인 가온과 비채나는 각각 ‘세상의 중심’, ‘비우고 채우고 나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정한 나라의 가치가 담긴 문화 요소들이 조화롭게 연출되는 곳이 식당입니다. 문화전시장의 역할뿐 아니라 한 나라의 기반이 되는 내수경제 원동력을 견인하는 핵심 공간이기도 하지요.”
감압증류방식 그리고 옹기 숙성
음식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자 조 회장은 고급 한식에 어울리는 고급술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본격적으로 화요의 문이 열리게 된 배경이다.
그는 “증류식 소주를 만들었던 소주업계 장인 고(故) 박찬영 선생과 김호영 선생, 문세희 현 화요 대표이사를 영입해 2005년 명품 콘셉트로 화요를 선보에게 됐다”며 “‘화요25’와 ‘화요41’을 스타트로 세계의 명주들과 경쟁하기 위해 ‘화요17’, ‘화요X.Premium’, ‘화요53’을 순차적으로 출시했다”고 저간의 내력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술 제조를 위해 우리 쌀과 경기도 여주 지하 암반층에서 채취한 깨끗한 물, 순수 배양한 미생물을 사용했다. 인위적인 식품 첨가물보다는 장기간의 옹기 숙성 과정에서 부드러운 맛과 향이 생성된다”고 덧붙였다.
화요 제조의 가장 큰 특징은 감압증류방식에 있다. 압력을 낮춰 끓게 하는 것으로 일반 전통주의 누룩 냄새와 탄 냄새,쓴맛을 제거해 맑고 깨끗한 맛에 초점을 맞췄다. 내용물도 내용물이지만 술을 담는 병도 예술적이다. 국보 제113호로 지정된 12세기 고려청자 ‘철화 양류문 통형병’은 특유의 소박함을 모던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화요의 오늘이 있기까지 시련도 적지 않았다. 출시 초기에는 증류식 소주 자체에 대한 인진도가 부족해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2005년 첫 출시 이후 2015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다. 당시만 해도 일반 소비자들은 저렴한 소주를 마시거나 아니면 폭탄주로 제조해 마시는 문화가 일반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7배나 비싼 출고가의 화요는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출시 10여 년간 화요의 누적 적자는 100억원을 넘었다. 조 회장은 그때마다 사재를 털었고 사옥마저도 처분했다.
그러나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점차 시장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2011년 군부대에 면세주류로 납품하게 되면서 화요는 점차 변곡점을 맞는다.
“군에서 화요의 가치를 알아줬습니다. 면세주류로 군인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화요를 마시게 되면서 입소문을 타고 큰 호응을 얻었어요.”
한 번 열리기 시작한 시장의 문은 세계를 향해서도 순풍을 탔다. 지난 2010년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 행사에선 공식 만찬주로 선정됐다. 또한 오크통에 숙성시킨 ‘화요X.Premium’은 EU 공식 인정을 받아 유럽에 진출했으며 2021년 기준 전 세계 20여 개국에 수출할 만큼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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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 53’ |
그러나 해결해야 할 난제도 적지 않다. 2021년 기준 전 세계 주류시장 규모는 약 1803조에 이른다. 국내 주류시장 규모는 8조8천억원으로 세계와 비교했을 때 약 0.5%의 미미한 수준이다. 주류시장의 세계적인 시장 가능성은 높지만 뻗어나가지 못했던 것은 주세법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즉 과세표준방식인 종가세 체제를 바꾸지 않고는 주류의 세계화는 요원하다는 것이다.
그는 “종가세 체제 하에서 증류식 소주의 출고 가격은 희석식 소주와 비교해 6~10배 높은 수준으로 내수에서의 가격 경쟁력이 낮다”며 “맛과 품질에서 우수한 증류식 소주가 세계 명주와 겨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국내 증류식 소주의 시장 자체가 더욱 커져 인지도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또한 “저렴한 술일수록 세 부담을 줄여주는 종가체 체제는 희석식 소주에만 유리한 과세 방식이므로 종량세 체제로 과제표준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 중소기업의 우수한 주류 제품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정받고 세계를 향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조 회장의 신념과 자부심은 분명 남다른 문화적 가치를 창출할 것 같은 예감 말이다. 그의 손에서 빚어질 우리 문화의 정체성이 또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지 기대가 된다.
/서울=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사진=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