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간식-최권일 정치부 부국장
2022년 09월 14일(수) 02:00 가가
‘국민 간식’으로 통하던 초코파이 가격이 9년 만에 오른다. 주요 원재료 가격 인상 탓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국내 식품업계가 라면·과잣값을 인상하고 있는 상황 속에 9년 동안 가격 동결을 고집해 왔던 오리온 초코파이도 이를 피해 가지는 못한 셈이다. 초코파이는 두 개의 원형 비스킷을 마시멜로로 접착시킨 후, 그 표면에 초콜릿을 씌운 형식의 과자다. 1974년 4월에 동양제과(현 오리온)에서 처음 출시된 초코파이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큰 인기를 끌면서 국내 최고 간식으로 꼽혔다. 이 때문에 다른 경쟁업체들도 잇따라 초코파이를 출시하면서 한때 상표 등록 소송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오리온 초코파이는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국민 간식’이 이제는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세계인의 간식’이 되어가고 있다. 오리온 초코파이의 경우 지난해 글로벌 연 매출이 5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판매량만 약 34억 개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일렬로 세우면 지구 다섯 바퀴를 훌쩍 넘는 양이라고 한다. 60개국에서 판매 중인데, 특히 중국과 러시아·베트남 등 공산권 국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국에서는 브랜드 파워지수 파이 부문에서 6년 연속 1위를 기록 중이며, 2020년 매출은 2151억 원을 달성했다. 국내 매출액 975억 원의 두 배가 넘는 매출이다. 러시아에서는 ‘국민 파이’로 통하며 지난해 연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다.
초코파이는 정(情)으로도 통한다. 실제로 가족과 친구, 연인들이 초코파이 하나를 건네며 정을 전달했고, 돈이 없는 학생들에게는 친구들 생일 때 케이크 대용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적은 비용으로 작은 정을 나눴던 ‘국민 간식’ 초코파이가 원자재 가격 인상이라는 악재 속에 가격이 인상됐다. 오리온 측은 향후 원부자재 가격과 에너지 비용이 하향 안정화될 경우 포장된 제품량을 늘리거나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나마 회사 측이 ‘정’을 놓지 않아 다행이다. 초코파이가 다시 ‘착한 가격’으로 돌아와 마음의 정을 나눌 수 있는 우리들의 영원한 ‘국민 간식’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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