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전성시대 -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2022년 09월 01일(목) 00:30 가가
세상이 어지러우면 자신의 계책과 계교로 시대의 흐름을 바꾸려는 자들이 넘쳐 난다. 춘추전국시대에는 이들을 책사(策士)라 불렀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이가 소진과 장의다. 소진은 전국 칠웅 가운데 가장 강한 진나라를 제압하기 위해 나머지 육국이 합종해 맞서자고 해 육국의 재상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소진의 동문인 장의는 그와 반대로 진나라가 육국과 각각 동맹관계를 맺어 합종책을 깨뜨려야 한다는 연횡책을 주창했다.
범수라는 인물도 있었는데, 그는 위나라에서 쫓겨난 뒤 진나라에 중용돼 원교근공책, 즉 먼 나라와 수교를 맺고 가까운 나라를 정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진나라 소양왕은 이를 받아들여 중국 통일의 기반을 닦았다. 세 치(약 10㎝) 혀가 백만대군보다 강하다는 찬사를 받은 조나라 모수도 있었다. 그는 초나라 원조를 이끌어내 진나라의 공격으로 멸망 직전까지 갔던 조나라를 되살렸다.
국가와 군주의 나아갈 길을 제시했던 책사는 때때로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잔꾀를 내기도 했지만, 대부분 시대를 응시하며 국가의 안위와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들의 능력에 국가의 존폐가 걸려 있었기에 각국은 인재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책사들 역시 군사 운용만이 아니라 정치·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며 춘추전국시대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요즘도 ‘세 치 혀’를 갖고 방송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자기 주장을 펼치는 소위 논객들이 있다. 그중 일부는 정부나 정당 관계자의 눈에 띄어 자리를 얻는 등 출세의 길을 걷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진보나 보수라는 이념의 틀에 갇혀 상대방의 결점만을 지나치게 부각하거나 주목을 받기 위해 검증된 바 없는 논거를 들이대는 등 오히려 정치를 희화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치판도 최근 정공법이 아니라 얍삽한 방법으로 곤경을 피하거나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 것에 너무도 익숙해진 듯하다. 특히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행복을 위해 분초를 다퉈야 할 당 지도층 인사, 정부 고위관계자 등까지도 갖가지 꼼수나 말장난으로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정치가 개혁의 대상이라는 것을 만천하에 보여 주고 있는 셈이다.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chadol@kwangju.co.kr
정치판도 최근 정공법이 아니라 얍삽한 방법으로 곤경을 피하거나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 것에 너무도 익숙해진 듯하다. 특히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행복을 위해 분초를 다퉈야 할 당 지도층 인사, 정부 고위관계자 등까지도 갖가지 꼼수나 말장난으로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정치가 개혁의 대상이라는 것을 만천하에 보여 주고 있는 셈이다.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