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에도 애타는 농심, 쌀값 폭락 근본 대책을
2022년 08월 30일(화) 00:05
벼 수확기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들녘 에는 풍년가 대신 한숨 소리만 가득하다. 산지 쌀값이 45년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하면서 농민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농민단체들은 어제 서울역 앞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시위에 나섰다.

지난 15일 전국 산지 쌀값은 20㎏당 4만 2522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의 5만 5630원보다 23.6%나 폭락한 것이다. 낙폭으로는 45년 만에 최대치이고, 가격도 2018년 3월 이후 4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쌀값 급락은 공급 과잉 때문이다. 지난달 말 기준 전국 농협이 보유 중인 재고 쌀은 42만 8000톤으로, 전년보다 80% 이상 늘었다. 반면 쌀 수요는 갈수록 줄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올해도 쌀 작황이 좋아 생산량이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재고가 가득 쌓인 상황에서 햅쌀까지 나오면 쌀값 하락세가 더 커질 수 있다. 농민들 사이에선 생산 비용은 크게 늘어났는데 쌀값은 폭락하니 공들인 농사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는 정부의 미온적인 뒷북 대처가 한몫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세 차례 ‘쌀 시장 격리’를 시행했지만 적기를 놓치는 바람에 폭락 사태를 막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애지중지 키운 벼를 갈아엎을 수밖에 없는 농심을 헤아려 쌀값 추가 폭락만은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추석 이전에 10만 톤가량의 추가 격리가 필요하다.

아울러 정부는 땜질 처방에서 벗어나 쌀값 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 법에 규정된 시장 격리 조건이 충족되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자동 시장 격리제’의 법제화가 필요하다. 현실과 동떨어진 쌀 생산 관련 통계의 정확도도 높여야 한다. 공급 과잉을 해소하려면 쌀 재배 면적 감축이 불가피한 만큼 농민 소득 보전책과 함께 대체 작물 전환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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