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 고려인 한국 국적 취득 적극 지원을
2022년 08월 17일(수) 00:05
광주 고려인마을에 거주하는 독립운동가 후손 가족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법무부는 최근 독립운동가 박노순 선생의 손녀인 박림마 씨를 비롯해 증손녀, 고손자·고손녀 등 다섯 명에게 한국 국적을 부여했다. 광주 거주 고려인들 가운데 국제결혼이 아니라 자력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첫 사례이다.

고려인들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은 ‘바늘구멍’과 다름없다고 한다. 광주에 고려인들이 7000여 명 거주하고 있지만 한국 국적 취득자는 10여 명에 불과하다. 한국 국적을 취득하려면 한국인과 국제결혼을 하거나 한국 국적 시험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려인들은 대부분 ‘방문 취업’(H-2)과 ‘재외동포’(F-4) 비자를 받아 입국한다. 부모를 따라 온 자녀들은 ‘방문 동거’(F-1) 비자를, 무국적자들은 ‘임시’(G-1) 비자를 받아 한국에 들어온다. 비자마다 취업 범위와 갱신 기간이 다른데, 한국 국적을 취득할 경우 취업이 자유롭고 체류 기간에 제한이 없어져 큰 도움이 된다.

구한말 망국의 한을 안고 두만강을 건넌 고려인들은 1937년 삶의 터전인 연해주에서 7300㎞ 떨어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아픈 역사를 겪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황무지를 개척하고, 민족 정체성을 지켜 나갔다. 그러한 고려인들의 후손들이 ‘코리안 드림’을 찾아 모국에 왔지만 취업과 체류에 애로를 겪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를 탈출해 광주에 온 고려인 420여 명 가운데 60여 명도 무국적자이다.

정부는 고려인 동포들이 고국의 품에서 살아갈 ‘천부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모국인 한국에서, 광주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자 하는 고려인들의 안전한 정착과 한국 국적 취득을 위한 법적·제도적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 나아가 인구 소멸 위기가 가속화되는 우리나라를 지속 가능한 국가로 만들려면 이민청 설립을 통해 외국인까지도 받아들이는 정책을 적극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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