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선고속철도(익산~여수)] 굴곡 구간 펴 시속 350㎞로…예타 면제 조기착공 필요
2022년 07월 18일(월) 21:00
일제수탈·호남소외 상징
전남도 등 수년 전방위 노력
2021년 국가철도망 계획 반영
89.2㎞…사업비 3조357억원
완공땐 서울~여수 2시간 연결

정부는 해방 이후 장기간 호남에 대한 기반시설 투자를 외면했으며, 특히 철도 서비스는 영남, 충청 등에 비해 그 편의성 측면에서 크게 떨어지고 있다. 거기에 전라선은 호남선에 가려 그 중요성이 부각되지 못하기도 했다. 사진은 여수엑스포역으로 들어오는 고속철도.

광주·전남이 수도권, 영남권 등 타 지역보다 발전이 더딘 것은 미흡한 SOC(사회간접자본, Social Overhead Capital) 때문이다. 정부가 대규모 국가 재정을 꾸준히 투입해 도로, 철도, 공항 등이 제대로 구축되고 그 편의성이 타 지역보다 우수해야 지역 경제가 성장하기 때문이다. 민선 7기 전남도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최근 지역 숙원이었던 다양한 SOC가 착공하거나 국가계획에 반영됐다. 광주일보는 전남의 주요 기반시설을 점검한다.

지난 2018년 광주·전남·전북을 합친 전라도가 정도(定道) 천년을 맞으며 이를 축하하는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된 바 있다. 같은 권역 내 오랜 동질감을 가져 익숙한 전라도 내 3개 지자체는 경부축(서울~충청~부산)을 중심으로 한 산업화·근대화의 물결에서 제외되면서 함께 쇠락해갔다. 인구 유출로 인한 지역 잠재력 급감, 철도·도로·항만·공항 등 기반시설 미흡, 경제·산업 구조 취약 등이 그 이유였다.

정부 재정이 인구밀집지역을 중심으로 투입·집행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영남·충청과 호남의 간극은 계속 벌어졌다. 어려움에 직면한 광주·전남·전북은 몇 차례의 마찰 속에 상생보다는 각자도생의 길을 선택했고, 특히 전북은 광주·전남에 ‘서운함’을 토로하며 자체적인 발전에 힘을 쏟았다. 호남의 일체감이 과거에 비해 옅어지고, 광주·전남과 전북을 잇는 기반시설도 수십년 전과 비교해 큰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전북 익산과 여수를 잇는 철도, 전라선은 전형적인 ‘저속철’이다. 1937년 3월 완전 개통 이후 74년이 지난 2011년 10월에서야 복선전철이 돼 고속철도 운행이 시작됐으나 여전히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여수엑스포역 전경.
전라선은 1914년 10월 익산(이리)~전주, 1931년 10월 전주~남원, 1933년 10월 남원~곡성, 1936년 12월 곡성~순천 구간이 완공됐고, 1937년 3월 경전선의 전신인 광여선의 순천~여수 구간을 매입하면서 비로소 전구간이 개통됐다. 일제강점기에는 강제 수탈의 상징으로, 전북과 전남 동부권의 농수축산물을 1923년 6월 1일 개항한 여수항을 통해 일본 본토로 실어나르는 기능을 했다. 해방 이후에는 경부축을 중심으로 한 경제 발전 정책으로, 호남선과 함께 정부의 투자 대상에서 장시간 제외돼 있었다. 따라서 2011년에서야 왕복을 할 수 있는 복선이 완료됐으며, 고속주행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선로가 구불구불해 고속열차가 투입됐음에도 고속으로 달리지 못하고 있다.

전남도와 전북도는 2015년부터 2016년 수립되는 제3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전라선 고속철도 사업을 꾸준히 요청해왔다. 여수·순천·광양시에 이어 전남도가 나섰지만 실패했고, 2016년 2월 수서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 수서발 SRT를 전라선에 투입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역시 뜻대로 되지 못했다.

민선 7기가 시작되면서 노력은 보다 구체적이고, 면밀해졌다. 2018년 전주, 남원, 곡성, 구례, 순천, 광양, 여수 등이 제4차 국가철도망계획 반영을 공동건의하고, 전남도의회는 SRT 전라선 운행·KTX 증편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2019년에는 전라선 고속철도를 영·호남 시도지사 협력회의 지역균형발전 과제로 선정하고, 강원, 충청, 호남이 공동발전사업을 마련하면서 8개 시도지사가 공동으로 이를 건의했다.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청와대, 한국철도공사 등을 상대로 2021년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 반영과 전라선 SRT 투입 및 KTX 증편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

2020년 7월 전라선 고속철도 구축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하고, 11월에는 전남도와 전북도가 국토교통부에 전라선 고속철도 단일안을 제출, 2021년 3월 전라선 고속철도 조기구축 토론회까지 열었다. 이러한 전방위적인 노력은 2021년 7월 확정 고시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전라선 고속철도가 반영되는 성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국가철도공단이 전라선 익산~여수엑스포고속화 사전타당성조사에 착수했고, 전남도는 4월 전라선 고속철도 발전전략 수립을 위한 용역을 발주했다.

전라선은 익산에서 전주, 남원을 지나 곡성, 순천을 거쳐 여수엑스포역에 도달하는 연장 180.4㎞의 비교적 짧은 노선이다. 용산에서 익산까지 약 1시간 10분이 소요되지만, 전주~순천~여수엑스포역까지 늦은 속도 탓에 약 2시간 동안 달려야 한다. 사진은 곡성역 전경.
익산부터 여수까지 89.2㎞의 굴곡 구간을 직선으로 만들어 기존 150~230㎞의 속도를 350㎞로 대폭 올리는데 투입되는 사업비는 모두 3조357억원. 2시간 내외의 시간에 서울에서 호남 동부권 중심도시 여수를 연결하면서 물자 대량 수송과 관광객 급증 등에 의한 지역 성장·발전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문제는 신속한 예산 투입을 통한 사업의 조기에 완공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의 사전타당성조사를 넘어서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가 남아있다. 비용편익분석이 0.8 미만인 0.511로 경제성이 낮은 전라선 고속철도 사업을 착공하기 위해서는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예타를 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은 그 이유다. 예타에 발못이 잡힐 경우 사업 자체가 후순위로 밀려나면서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이 종료되는 2030년에도 착공하지 못할 우려도 있다.

지난 5월 25일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여수엑스포역은 서울에서는 오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김민국(36)씨는 “서울에서 여자친구와 여수 여행을 왔다”며 “3시간 넘게 시간이 걸려 다소 지루했으며, 시간이 단축된다면 더 자주 전남에 올 것 같다”고 말했다. 김모(26)씨 역시 “서울에서 부산이나 포항은 2시간 정도밖에 안 걸리는데 여수는 너무 오래걸리고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고속철도 승무원인 고모(28)씨는 “용산에서 서대전을 경유해서 오는 열차로 3시간 30분이나 걸렸다”며 “교통이 편리한 곳으로 여행을 다니는 추세이기 때문에 전라선에 보다 신속하게 투자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사진=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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