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냇과 트리오 - 김미은 문화부장·편집부국장
2022년 06월 02일(목) 05:00
최근 출간된 ‘메디치’(전 3권·문학동네)는 이탈리아 피렌체를 중심으로 군림했던 메디치 가문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 소설이다. 350년간 역사를 이어가며 네 명의 교황과 두 명의 프랑스 왕비를 배출했던 메디치는 교황이 암살을 시도했을 정도로 막강한 힘을 과시한 가문이었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헌정하는 등 권력의 정점에 섰고, 정적에 대한 과감한 처단도 불사했던 메디치 가문의 또 다른 얼굴은 르네상스 운동을 주도한 문화예술 후원자의 모습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등 예술가들을 후원하고 지지했던 메디치 가문이 있었기에 ‘모나리자’ ‘천지창조’ 등 세계 미술사를 장식하는 작품들이 제작될 수 있었다. 이후 메디치는 문화예술을 후원하는 ‘메세나’를 언급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가문이 됐다.

지난달 13일 열린 ‘김냇과 트리오’ 연주회는 소박한 메세나가 꽃을 피운 뜻깊은 공연이었다. 지난 2019년 창단한 ‘김냇과 트리오’는 (주) 영무토건이 후원하는 클래식 연주 그룹이다. 영무토건은 오래된 병원 건물을 리모델링한 복합 문화공간 ‘김냇과’를 운영하며 다양한 메세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연주회는 처음으로 정식 클래식 공연장인 금호아트홀에서 열려 더 의미가 있었다. 연주 레퍼토리도 드보르작의 ‘둠키’와 함께 익숙한 멘델스존의 ‘피아노 트리오 1번’ 대신, 조금은 낯선 ‘피아노 트리오 2번’을 선택하는 등 도전 의식도 돋보였다. 공연 후 리더를 맡고 있는 피아니스트 이현주 씨는 메세나 후원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더 많은 연주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아쉽게도 우리 지역은 메세나 불모지다. 예술인들을 후원하고 키우는 작은 마음들이 모인다면 지역에는 아름다운 문화예술의 향기가 번져 나갈 것이다.

‘김냇과 트리오’는 지난달 29일 하남공단 광주경제고용진흥원 1층 로비에서 음악회를 열었다. 점심시간에 열린 작은 음악회에서 울려 퍼지는 클래식 선율에 사람들은 위로를 받았다. 기업으로부터 받은 후원과 사랑이 시민들에게 다시 이어지는 아름다운 나눔의 현장이었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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