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철 물 부족 사태 근본 대책 마련해야
2022년 05월 31일(화) 00:05
광주 남구 대지동 농민들이 모내기 철에 물이 부족해 속을 태우고 있다. 농업용수를 끌어오던 남구 압촌동 맹간저수지 주변에 광주에너지밸리 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수원이 전면 차단돼 저수량이 급감한 탓이다.

대지동 농민 60명은 최근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산단 조성을 맡고 있는 광주도시공사에 진정을 냈다. 맹간제에 농업용수로 쓸 만큼 충분한 물을 공급해 달라는 요구다. 맹간제는 산단 내 3만 615㎡ 규모의 저수지로, 1942년에 축조돼 대지·지석동 23㏊ 농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맹간제 물길은 2018년 산단 조성 공사가 시작되면서 차단됐다. 광주도시공사는 법정 보호종인 가시연꽃의 서식지를 보호하라는 환경 당국의 요구에 따라 빗물과 오염물질이 유입되지 않도록 배수로를 설치했다. 수원이 모두 차단된 맹간제 수심은 2020년 1.59m에서 2021년 0.1m로 떨어져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농민들이 반발하자 광주도시공사는 2019년 지하수 관정 두 개를 설치했으나 관정 지름이 32㎜인데다 양수 능력도 1일 60㎥에 불과해 총 저수량 5만㎥인 맹간제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광주도시공사는 이번에 지름 300㎜짜리 대형 관정 세 개를 추가 설치하겠다고 밝혔지만 농민들은 땜질식 처방이라고 지적한다. 수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용수 공급 시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광주 지역은 이달 들어 내린 비가 0.4㎜에 그칠 정도로 가뭄이 심각한 상황이다. 수원 고갈은 단순히 물 부족 문제가 아니라 농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현안이다. 따라서 행정 당국은 맹간제 수원 유지를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대체 수원 개발을 고려하되, 당장 영농 철을 맞은 농민들을 위해 물 공급 체계를 서둘러 확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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