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왕 - 유제관 편집담당 1국장
2022년 05월 20일(금) 01:00
“축구는 많은 골이 터져야 재미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흥미는 긴장감에서 나오고 경기가 주는 긴장감은 골을 넣기 어렵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수 만 관중의 웅성거림, 슛이 골대 옆을 살짝 비켜갈 때마다 머리를 감싸 쥐며 터져 나오는 비명과 환호 소리, 결정적인 공을 골키퍼가 쳐내거나 확실하다고 믿은 슛이 최후의 순간 크로스바나 골포스트를 강타할 때의 탄성과 심호흡이 없다면 무슨 재미로 축구를 볼까.

그렇지만 축구는 골의 미학이다. 0 대 0 경기를 좋아할 사람은 전략가들일 뿐. 골이 없으면 승리도 없고 결국 관중도 없다. 관중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코어는 3 대 2라고 한다. 골이 많이 터지면서 간발의 차로 승패가 갈려야 긴장감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4 대 3이나 5 대 4의 경기가 나올 수 있지만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고 특별한 사건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이번 시즌 20개 팀에서 총 1023골이 터졌다. 경기당 평균 1.4골. 토트넘은 37경기에 64골을 기록했는데 손흥민은 전체의 33%인 21골을 혼자 넣었다. 득점 선두 리버풀의 살라와는 단 한 골 차. 특히 페널티킥 골이 살라는 다섯 골이고 손흥민은 한 골도 없이 모두 필드골이라는 점에서 손흥민의 활약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알 수 있다.

프리미어리그는 이제 마지막 38라운드를 남겨 놓고 있다. 손흥민이 노리치전에서 골을 넣으면 득점왕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리그 최하위 노리치는 이번 시즌 79점으로 최다 실점을 한 팀이고, 경쟁자 살라는 햄스트링 부상에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앞두고 있어 리그 마지막 경기에 출전이 불투명한 상태다. 손흥민에게는 더 없는 기회다.

프리미어리그의 득점왕은 공동 수상도 가능하다. 한 골만 더 넣으면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르고 시즌 MVP에도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다. 또한 유럽 4대 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아시아 최초의 선수가 된다. 푸스카스상을 받은 번리전 72m 드리블 때처럼, 러시아월드컵 독일전에서 골을 넣으려 달려갈 때처럼 한국 팬들은 잔뜩 긴장하며 손흥민의 23일 0시 프리미어리그 시즌 마지막 경기를 기다리고 있다.

/유제관 편집담당 1국장 jk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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