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오디세이, 혁신·전통·공공…우리는 건축에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2022년 04월 16일(토) 12:00 가가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이중원 지음
이중원 지음
시카고는 물의 도시다. 비록 1871년 대화재가 일어났지만 1893년 세계 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대화재라는 화마를 딛고 도시의 건재함을 과시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대니얼 버덤이라는 건축가이자 도시계획가의 공로가 있었다.
버덤은 박람회장에서 미시간 호수와 기존의 석호를 다듬어 다양한 물길을 만들었다. 수변을 따라 조경과 보도를 조성했으며 섬에는 숲을 가꾸었다. 그는 수변은 공공재라는 확고한 철학을 견지했다. 수변을 따라 보행 정원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때문이었다. 물길을 따라 “땅의 위계를 부여했고 공공건축”을 건립한 배경이다. ‘코트 오브 아더’ 주변에 박람회 주요 앵커시설을 배치했으며 “남쪽의 뱃길(낭만)과 북쪽 철길(현실)은 대중교통 체계로” 중심부와 연계했다.
이중원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수변도시는 우리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상정한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국토의 약 80%가 산악이다. 그만큼 하천이 많다는 것으로, 바꿔 말하면 하천은 우리 주거 양식의 근간을 이룬다.
이 교수의 저서 ‘건축 오디세이’는 건축으로 바라본 세상을 이야기한다. ‘다가가는 건축, 질문하는 건축’의 부제가 말해주듯 책은 보다 건축을 재미있고 쉽게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저자는 2021년 대한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건축으로 본 보스턴 이야기’, ‘초고층 도시 맨해튼’을 발간했다. 이번 책은 ‘동아일보’에 연재한 칼럼을 모은 결과물이다.
우리나라는 자동차가 대중화되면서 보행보다 주행을 우선했다. 그 결과 수변에 공원 대신 고속도로를 건립했다. 한강을 비롯해 탄천, 중량천, 안양천, 영종도 해변 수변에는 어김없이 고속도로가 있다. 천혜의 지리적 조건을 갖췄는데도 도시와 하천 사이에 “고속도로라는 담장”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저자는 물가, 다시 말해 수변은 공공재라고 강조한다. 이는 세계적 추세가 보행 중심의 공원이지 주행중심이 아니라는 사실과 궤를 같이한다.
또한 저자는 미래의 건축의 방향은 ‘혁신’에서 찾아야 한다고 제시한다. 혁신은 세 가지 질문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인류 공동의 번영, 도시 경제의 번영 외에도 그것이 미래에 도달 가능한 목표인지의 여부와 직결된다.
도시는 그곳에서 살았던 구성원들의 역사와 문화를 대변한다. 영광의 시간도 고통과 치욕의 시간도 스며 있다. 그 가운데 전통은 ‘자칫 돈에 의해 타락할 수 있는 문화’를 바로 잡아주는 요인이다. 나아가 기술 중심주의로 경도될 수 있는 건축적 편향을 막아주기도 한다.
저자는 2019년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경주의 옥산서원, 그 중에서 독락당을 예로 든다. 옥산서원이 회재 이언적의 제자들이 세운 반면 독락당은 회재가 생전에 지은 건축물이다. 어린시절 부친의 죽음, 40대 때 관직 박탈, 50대 때 유배는 그에게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하게 했다.
독락당은 산수가 돋보이는데 절정 공간인 계정과 바위가 패여 물웅덩이를 형성한 모습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또한 세 곳의 담장은 독락당을 돋보이게 하는 주요 공간이다. 마당을 구획하는 선인 흙담은 독락당을 ‘길을 품은 집’의 효과를 발한다.
저자가 설명하는 키워드 가운데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혁신’이다. 스탠퍼드 대학 실리콘 밸리와 MIT 켄들스퀘어는 혁신을 키워드로 가늠할 수 있는 답을 제시해준다. 전자는 IT(정보통신 기술) 허브이고 후자는 BT(생명공학 기술) 허브다. 하나의 전자상거래기업 또는 다수의 첨단 기업이 새로운 도시를 그리고 있고 이와 맞물려 새로운 건축을 선보이고 있다. 혁신이 우리 도시 건축의 미래이기도 하다.
아울러 도시에 있어 ‘흐름’의 요인도 중요한 부분이다. 도시의 세 갈래 흐름은 교통, 돈(시장), 정보(뉴스)다. 수로무역 시대에는 페리 터미널이, 철로무역 시절에는 기차역이, 항로무역 시절에는 공항이 교통 허브로 작용했다. 이곳에선 시장이 서고 돈이 돌고 사람이 모인다. 저자는 시애틀 예슬러 웨이를 ‘흐르는 길, 기억하는 건축’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이제 우리는 개인과 공공이 다 같이 행복할 수 있는 도시, 그런 나라를 생각하고 이야기해야 한다. 비록 그런 곳은 유토피아처럼 이 땅에 절대 존재하지 않기에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경지일지라도 우리는 계속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사람의무늬·2만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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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 중심의 공원이 펼쳐져 있는 시카코강 수변의 모습. <사람의무늬 제공> |
저자는 물가, 다시 말해 수변은 공공재라고 강조한다. 이는 세계적 추세가 보행 중심의 공원이지 주행중심이 아니라는 사실과 궤를 같이한다.
또한 저자는 미래의 건축의 방향은 ‘혁신’에서 찾아야 한다고 제시한다. 혁신은 세 가지 질문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인류 공동의 번영, 도시 경제의 번영 외에도 그것이 미래에 도달 가능한 목표인지의 여부와 직결된다.
도시는 그곳에서 살았던 구성원들의 역사와 문화를 대변한다. 영광의 시간도 고통과 치욕의 시간도 스며 있다. 그 가운데 전통은 ‘자칫 돈에 의해 타락할 수 있는 문화’를 바로 잡아주는 요인이다. 나아가 기술 중심주의로 경도될 수 있는 건축적 편향을 막아주기도 한다.
저자는 2019년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경주의 옥산서원, 그 중에서 독락당을 예로 든다. 옥산서원이 회재 이언적의 제자들이 세운 반면 독락당은 회재가 생전에 지은 건축물이다. 어린시절 부친의 죽음, 40대 때 관직 박탈, 50대 때 유배는 그에게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하게 했다.
독락당은 산수가 돋보이는데 절정 공간인 계정과 바위가 패여 물웅덩이를 형성한 모습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또한 세 곳의 담장은 독락당을 돋보이게 하는 주요 공간이다. 마당을 구획하는 선인 흙담은 독락당을 ‘길을 품은 집’의 효과를 발한다.
저자가 설명하는 키워드 가운데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혁신’이다. 스탠퍼드 대학 실리콘 밸리와 MIT 켄들스퀘어는 혁신을 키워드로 가늠할 수 있는 답을 제시해준다. 전자는 IT(정보통신 기술) 허브이고 후자는 BT(생명공학 기술) 허브다. 하나의 전자상거래기업 또는 다수의 첨단 기업이 새로운 도시를 그리고 있고 이와 맞물려 새로운 건축을 선보이고 있다. 혁신이 우리 도시 건축의 미래이기도 하다.
아울러 도시에 있어 ‘흐름’의 요인도 중요한 부분이다. 도시의 세 갈래 흐름은 교통, 돈(시장), 정보(뉴스)다. 수로무역 시대에는 페리 터미널이, 철로무역 시절에는 기차역이, 항로무역 시절에는 공항이 교통 허브로 작용했다. 이곳에선 시장이 서고 돈이 돌고 사람이 모인다. 저자는 시애틀 예슬러 웨이를 ‘흐르는 길, 기억하는 건축’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이제 우리는 개인과 공공이 다 같이 행복할 수 있는 도시, 그런 나라를 생각하고 이야기해야 한다. 비록 그런 곳은 유토피아처럼 이 땅에 절대 존재하지 않기에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경지일지라도 우리는 계속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사람의무늬·2만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