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살인
2022년 04월 15일(금) 02:00
그리스 신화 최고의 영웅은 단연 ‘헤라클레스’이다. 헤라클레스는 세계 모든 신화와 전설에서 영웅의 모티브가 되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수많은 괴물을 물리치고 스펙터클한 모험으로 만인의 사랑을 받았지만, 그의 최후는 영웅에 걸맞지 않게 처참했다. 속옷에 묻은 극독에 중독된 뒤 산채로 불에 타 죽었기 때문이다.

헤라클레스가 어느 날 아내인 데이아네이라와 강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나타난 반인반마의 켄타우로스족 네소스가 데이아네이라를 등에 태워 건네주는 호의를 베푼다. 하지만 네소스는 강을 건너자마자 데이아네이라를 범하려 하고, 건너편에서 이를 목격한 헤라클레스는 활을 쏘아 네소스를 죽인다. 네소스를 죽인 화살에는 히드라의 독이 묻어 있었다. 죽어가는 순간에 복수를 위해 네소스는 데이아네이라에게 거짓 사과를 하며, 자신의 피는 ‘사랑의 묘약’이니 피 묻은 옷자락을 잘라 뒀다가 남편의 마음이 떠날 때 사용하라고 속삭인다.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 헤라클레스가 이웃 나라 공주를 마음에 두는 일이 발생한다. 질투에 휩싸인 데이아네이라는 네소스의 피 묻은 옷자락을 헤라클레스의 속옷 안에 꿰매어 넣는다. 헤라클레스는 아내가 준 그 속옷을 입자마자 온몸이 타들어 가는 엄청난 고통을 느낀다. 헤라클레스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산 채로 화장을 해 달라고 해 운명한다. 데이아네이라는 네소스에게 속은 사실을 깨닫고 절벽에서 몸을 던져 목숨을 끊는다.

옷에 발린 독에 의해 사람이 죽는 신화 속 얘기가 21세기 중국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최근 한국산 의류가 코로나 감염원이라는 중국발 괴담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언론까지 나서서 한국산 수입 의류 판매점 직원이 감염됐다며, 한국산 의류로 인한 감염에 주의할 것을 권고했다고 한다. 신체를 떠난 코로나 바이러스는 대개 3~4일이면 죽으며, 한국산 의류가 중국에 수입되는 데는 각종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2주일 정도가 소요된다. 과학적·의학적으로 감염 가능성은 전혀 없다. 코로나에 대한 중국 언론들의 근거 없는 주장은 중국 국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할 뿐이다.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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