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보호 못하는 환경영향평가 개선을
2022년 04월 13일(수) 00:05
멸종위기종인 새끼 삵 세 마리가 지난해 8월 함평군 대동면 금곡리 일대에서 진행 중인 대중제 골프장 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고양이과 포유류인 삵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이자 법정 보호종으로 지정돼 있다.

당시 벌목 작업을 하던 인부들이 삵 새끼들을 발견해 현장 사무소로 가지고 내려와 사업 시행자와 시공사 측에 알렸다. 하지만 시공사 측은 발견 지점 부근에 다시 가져다 놓았고, 새끼 삵들은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됐다. 이로 인해 새끼 삵들은 폐사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골프장 현장은 본격적인 공사에 앞서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환경단체들이 설치한 카메라를 통해 수달과 담비 등 멸종위기 동물의 출몰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영산강유역환경청은 환경영향평가서에서 사업자와 승인 기관인 함평군에 “법정 보호종이 발견될 경우 신고하고 공사를 즉시 중단하며, 관련 전문가 자문을 거쳐 보호책을 수립해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그럼에도 시공사 측은 법정 보호종 발견 시 준수해야 할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새끼 삵 발견 사실도 공사비 지급을 둘러싼 도급사와 수급사 간 갈등이 불거지지 않았더라면 묻혔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례는 현행 환경영향평가 제도가 커다란 문제점을 안고 있음을 보여 준다. ‘선한 의지’에 기대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개발 사업자 측이 법정 보호종과 관련된 위반 사실을 감추면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사 사태의 재발 방지와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해 승인 기관의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등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사업자 및 시행자들의 미흡한 환경 보전 의식 제고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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