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쇼핑몰 논란이 남긴 것-장필수 사회담당 편집국장
2022년 04월 05일(화) 23:30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광주 복합쇼핑몰 논란은 지역사회의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국민의힘이 광주 민심을 갈라치기 하려는 의도로 내건 공약이라는 지적도 사실이지만 광주시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공약인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국민의힘이 광주에서 역대 최고인 13%의 득표율을 얻고 봉선2동에선 39%를 기록한 것도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이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이 ‘신의 한수’였던 셈이다.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복합쇼핑몰이 6월 광주시장 선거에서도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될 것이란 예상은 현실이 됐다.

대선·지방선거 이슈된 복합쇼핑몰

광주시는 며칠 전 혁신추진위원회 산하 대전환 특별위원회를 통해 복합쇼핑몰 유치를 공식화했다. 특별위원회는 광주 미래 발전을 위한 26대 과제를 선정해 7월 출범하는 민선 8기 광주시 집행부에 제안하기로 했는데 그 가운데 ‘펀(Fun) 시티’ 조성 방안으로 복합쇼핑몰 유치를 포함시켰다. 광주시 시민권익위원회도 복합쇼핑몰 공론화를 요구하면서 시민이 필요로 하는 공간(형태·규모·콘텐츠)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연령·성별 등 다양한 시민 의견 수렴 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당장 민선 8기 유력한 광주시장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이용섭·강기정 예비 후보는 복합쇼핑몰 유치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후보는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전제로 했지만 복합쇼핑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강 후보도 시민들이 원한다면 기존에 없던 복합쇼핑몰도 과감하게 신설하겠다고 강조했다. 광주시 5개 구청장 후보들도 복합쇼핑몰을 자신의 지역구에 유치하겠다며 경쟁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복합쇼핑몰 논란이 지역 정치권에 무엇을 남겼는지 되새겨 보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민주당의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의 갈라치기 정치를 탓하기 전에 왜 정책의 주도권을 뺏겼는지, 그것이 골목상권 보호를 명목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일부 시민단체의 눈치를 본 탓은 아닌지, 정치와 이념에 사로잡혀 시민들의 유치 요구라는 시장 논리를 무시한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보아야 한다.

복합쇼핑몰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은 찬성이 더 많다. 최근 한 방송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복합쇼핑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52.6%로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42.9%)보다 9.7%포인트 더 높았다. 20~30대에선 찬성률이 70%를 훨씬 넘었다.

145만 명에 가까운 광주시에는 스타필드와 같은 복합쇼핑몰이 아예 없다. 이런 탓에 젊은이들에겐 광주가 ‘노잼(재미 없는) 도시’로 인식돼 있고 쇼핑과 즐길 거리를 찾아 대전이나 수도권으로 원정을 다니는 사람들도 많다.

2015년에는 광주신세계가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특급호텔과 복합쇼핑몰 건립을 추진했지만 민주당과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로 포기했다. 결국 신세계는 6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대전에 투자해 복합쇼핑몰을 지었고 광주 사람들이 이곳으로 원정을 다니고 있다.

복합쇼핑몰 논란은 광주사회에서 금기시 돼 온 현안을 이제는 피하지 말고 직시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복합쇼핑몰 반대론자들의 주장처럼 골목상권이 붕괴된다면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분석을 통해 데이터를 내놓아야 한다. 반대론자들은 광주 소상공인 종사자가 전체 사업자의 절반이 넘는 23만 명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정치와 이념 논리로 판단해선 안돼

복합쇼핑몰이 마치 소상공인들의 일자리를 모두 빼앗을 것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렇게 주장하려면 이들 가운데 실제 영향을 받는 유통업체 종사자가 얼마이고, 골목상권에는 어느 정도 피해를 줄 것인지 복합쇼핑몰이 있는 부산·대구·대전 등의 사례 연구를 근거로 제시해야 한다.

반대로 원정 쇼핑을 통해 타 지역으로 유출되는 지역민들의 자금과 시간도 정확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복합쇼핑몰이 있음으로 해서 얻어지는 타 지역 쇼핑객 유입 효과와 관광지와 음식점으로 번지는 낙수효과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복합쇼핑몰 논란을 지켜보는 외지인들은 광주에선 정치와 이념이 경제 논리를 지배해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어떤 시장 논리도 상생으로 상징되는 ‘광주정신’ 앞에서 무력화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곰곰이 되새겨 볼 때가 됐다.

/bung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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